"총선 출마 않겠다···불체포특권 포기해야 공천"
"김건희 특검은 총선용 악법···당정은 동반자 관계"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26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됐다. 이로써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내년 총선에서 여당의 승리를 이끌어야 하는 중책을 맡게 됐다. 한 비대위원장은 수락 연설에서 "우리는 상식적인 많은 국민들을 대신해서 이재명 대표의 더불어민주당과 그 뒤에 숨어서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운동권 특권 세력과 싸울 것"이라며 "용기와 헌신으로 반드시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온라인으로 전국위원회를 열고 한 비대위원장 임명안을 가결했다. 자동응답시스템(ARS)으로 진행된 투표에는 전국위원 재적 824명 중 650명이 참여했는데, 찬성은 627명, 반대는 23명이다. 함께 상정된 비대위 설치 안건은 찬성 641명, 반대 9명으로 통과됐다.
한 비대위원장은 이날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취임식에 바로 참석해 수락 연설을 가졌다. 그는 "중대 범죄가 법에 따라 처벌받는 걸 막는 것이 지상 목표인 다수당이 더욱 폭주하면서 이 나라의 현재와 미래를 망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대대손손 국민들 위에 군림하고 가르치려 드는 운동권 특권 정치를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가 반드시 (총선에서) 이겨야 할 눈앞에 닥친 명분은 선명하다"며 "그러니 우리가 용기를 내기로 결심해야 한다. 저는 용기를 내기로 결심했다"며 비대위원장 수락 배경을 전했다.
한 비대위위원장은 총선 승리 전략으로 정부·여당의 정책 추진력을 들기도 했다. 그는 "정부·여당인 우리의 정책은 곧 실천이지만 야당인 민주당의 정책은 실천이 보장되지 않은 약속일 뿐"이라며 "그 차이를 십분 이용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찰의 목소리도 냈다. 한 비대위원장은 "상대 당 대표가 일주일에 3번, 4번씩 중대범죄로 형사 재판받는 초현실적인 민주당인데도 왜 국민의힘이 압도하지 못하는지 함께 냉정하게 반성하자"며 "억울하게 민주당에 뒤지고 있는 게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선당후사가 아닌 선민후사를 해야 한다"며 "오늘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으로서 정치를 시작하면서 저부터 선민후사를 실천하겠다. 저는 지역구에도, 비례대표로도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우리는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과 달라야 하지 않겠느냐"며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는 후보만을 공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설 후 질의응답에 나선 한 비대위원장은 취재진이 '김건희 특검법'과 관련된 입장을 묻자 "특검은 총선용 악법이라는 입장을 갖고 있다"며 "오늘부터는 여당을 이끄는 비대위원장이라서 당과 충분히 논의된 내용에 대해 책임 있게 발언 드리고 과감하게 실천할 거라는 말씀을 드린다"고 답했다.
대통령실과 당의 관계가 과하게 수직적이라는 비판에 대해선 "여당과 정부는 헌법과 법률의 범위 내에서 각자 할 일을 하는 기관"이라며 "거기에 수직적, 수평적이라는 얘기가 나올 부분은 아닌 것 같다. 상호 협력하는 동반자 관계라고 하는 것이 옳겠다"고 말했다.
이날 취임식을 가진 한 비대위원장은 향후 비대위원 인선 절차에 몰두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상 비대위원은 최대 15명까지 둘 수 있다. 한 비대위원장은 이날 초선의 김형동(경북 안동시 예천군) 의원을 비서실장으로 임명했다.
비대위 구성이 완료되면 최고위에 관련 안건이 넘어가고 상임전국위를 소집해 이를 의결하게 된다. 이에 따라 이르면 오는 29일 '한동훈 비대위' 체제로 당이 전환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