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에 중간 배당 발전 공기업들, 경평 등급 하락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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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에 중간 배당 발전 공기업들, 경평 등급 하락 우려
  • 박규빈 기자
  • 승인 2024.01.02 16: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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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적자, 기존 3.2조서 1.2조로 대폭 감소…자회사들 부담 증가
"당장 우리도 적자로 힘든데"…기재부, 편람 통해 재무 관리 강조
경북 경주 소재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앞에 빨간 신호등이 켜져있다. 사진=연합뉴스
경북 경주 소재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앞에 빨간 신호등이 켜져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박규빈 기자  |  한국전력공사가 대규모 부실을 털어내기 위해 7개 자회사들로부터 3조원이 넘는 중간 배당을 받자 적자 규모가 소폭 감소했다. 하지만 자회사들의 입장에서는 모회사 한국전력으로 보유 현금이 유출된 것이어서 이들은 재무 부실화에 따른 공기업 경영 평가 등급 하락을 우려하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최근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6개 발전 자회사들과 한전KDN에 3조2000억원 규모의 중간 배당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한국수력원자력 △한국동서발전 △한국남동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중부발전 △한국서부발전 등은 줄줄이 이사회를 열어 중간 배당안을 의결했다.

이 중 한수원은 1조5600억원, 나머지 화력 발전사들은 1조4800억원, 한전KDN은 1600억원을 부담하게 됐다. 그 마저도 당초 4조원을 수취하려던 계획에서 3조5000억원, 여기에서 재차 줄어들어 3조2000억원으로 낮아진 것이다.

자회사들로부터 중간 배당금을 수취한 만큼 회계 장부상 한전의 2023년도 적자는 1조2000억원 수준으로 감소한다. 하지만 한전 자회사들은 배당 요청을 받은 만큼의 현금이나 현금성 자산이 없다시피 한 상황이다.

한전 자회사 한 관계자는 "당장 우리도 적자를 보는 마당에 배당금을 이렇게나 많이 수취할 줄은 몰랐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수원은 지난해 3분기 말 현금과 현금성 자산이 1조233억8300만원을 보유하고 있고, 영업손실은 1631억4200만원에 달한다. 때문에 회사채를 추가로 찍어내거나 금융권에서 차입해야 하는 처지다. 이는 곧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기관별 경영 실적 평가에서 부실 경영 공기업으로 낙인 찍힐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이야기로 이어진다.

공운위 평가 대상은 공기업·준 정부 기관·중소형으로 나뉘고, 평가 등급은 탁월(S), 우수(A), 양호(B), 보통(C), 미흡(D), 아주 미흡(E) 등 6단계로 구분된다.

지난해 6월 기재부 공운위는 2022년 경영 실적 평가 결과를 의결해 공표했다. 이에 따르면 서부발전은 '우수'로 최고 등급을, 한수원·남동발전·동서발전은 '양호', 남부발전·중부발전은 '보통' 등급을 부여했다. 한전은 '미흡'으로 전력 그룹사 중 최하위 등급을 받았다.

경영 평가 결과에 따라 '탁월' 등급을 받은 경우 250%, '우수' 200%, '양호' 150%, '보통' 100% 등 월 기본급을 기준으로 임직원들의 성과급이 결정된다. 하지만 모기업인 한전이 경영 부실을 곳간의 상당분을 털어가 올해 6월로 예정된 기재부 경평에서 자회사들의 등급이 하락할 우려와 성과급 축소 또는 반납에 따른 구성원들의 반발 가능성도 제기된다.

서부발전 관계자는 "매년 한전에 배당을 하지만 이익 잉여금에서 나가는 것이어서 재무 구조에는 영향이 가지 않을 것"이라며 "경영 평가 결과는 어떻게 나올지 모른다"고 말했다.

한편 기재부가 펴낸 '2022년도 공공기관 경영 평가 편람'은 공기업의 경영 만점을 100점으로 두고 있고, 이 중 '재무 성과 관리'는 20점을 차지한다. 또 정부 출자 기관의 경우 배당 수준의 적정성을 따지도록 돼있다.

특히 한전·한수원·남동발전·남부발전·동서발전·서부발전·중부발전 등 '재무 위험 기관'으로 선정된 공기업들은 수익 확대·경영 효율화 등 재정 건전화 계획의 적정성과 이행 노력을 함께 평가받도록 명시돼있기도 하다.

이와 관련, 한전은 상대적으로 당장에 부채 일부를 해소해 정부 지침을 이행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것으로 보이지만 동족방뇨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장기 재무 관리 계획에 따르면 한전의 부채는 2023년 말 기준 205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7년 226조3000억원으로 9.96% 가량 늘어날 전망이고, 5년 간 한전이 부담해야 할 이자만 해도 24조원 가량 된다는 설명이다.

전기 요금 인상으로 연간 4조~5조원 수준의 영업이익이 예상되지만 하루 130억원씩 빚이 쌓이는 셈이어서 이자 갚기에도 벅차 한전의 경평 등급 상승과 거대한 부채 상환에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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