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화 사회 진입’ 주 타깃 재설정…건기식‧펫푸드 주목
노동집약산업 일손 부족에…외국인 근로자 현장 도입 확대
매일일보 = 김민주 기자 | ‘슈링코노믹스’가 식품업계 신사업‧노동환경에 파고들었다.
슈링코노믹스는 ‘수축(Shrink)’과 ‘경제(Economics)’를 합친 말로, 생산 및 소비를 담당하는 주요 경제활동 인구 감소에 따른 경제 위축을 뜻하는 ‘축소경제’를 일컫는다. 산업계 전반은 인구감소 및 초고령화 진입에 의한 대대적 흥망성쇠를 겪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식음료기업들은 주 타깃층을 재설정하고, 새로운 소비 트렌드에 맞춰 신사업 전략을 짜는 등 대대적인 생존전략 재정비에 나섰다.
대표적으로, 분유·제과·빙과 등 사업을 영위하던 업체들은 주 소비층이 감소하며 수익성이 악화되자, 케어푸드 등 미래고부가가치 신사업 진출을 늘리고 있다.
분유는 아기의 주식인 모유를 대체하는 유일한 수단인데다, 아기가 적응한 브랜드에서 교체가 쉽지 않아 과거 유가공 업체의 수익모델 핵심 축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최근엔 출산율 감소에 따라 ‘적자 수익모델’로 전락했다.
분유 제조사들은 분유 대신,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단백질보충제‧식물성음료‧요거트‧HMR‧케어푸드 등 미래고부가가치 신사업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매일유업은 주력 상품군을 ‘단백질보충음료‧식물성음료’로 재설정, 기존 유가공이 이끌던 수익구조를 개편했다. 남양유업은 단백질음료 브랜드 ‘테이크핏’ 판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독일 제약회사 ‘프레지니우스카비’와 손잡고 케어푸드 시장에도 발을 들였다. 일동후디스의 성인단백질 브랜드 ‘하이뮨’은 고령화 시대 시니어세대 타깃팅에 주력한 결과, 기업의 핵심 캐시카우로 자리매김했다.
농촌 고령화 및 농업 인구 감소 대안책으로, ‘스마트팜’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스마트팜은 원예‧과수·축사 등에 정보통신기술(ICT), 빅데이터·인공지능, 로봇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접목해, 작물과 가축의 생육환경을 원격·자동으로 적정하게 유지·관리할 수 있는 농장이다. 자동화 시스템을 통해 동일 시간 내 3~4명, 많게는 10명 이상의 노동량을 수행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농심은 스마트팜의 모든 시설부터 제어 시스템까지 직접 자체 개발했다. 지난해 말 오만에 40피트(ft) 컨테이너 2개 동을 20만 달러 규모에 수출하는 가시적 성과도 얻었다. 향후 고부가가치 작물로 1억달러 이상의 신규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이다. CJ프레시웨이는 올해부터 제주, 충남, 경북 등 전국에 걸쳐 축적해온 스마트팜의 다양한 데이터와 기술력 등을 활용해 스마트팜 계약재배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
펫푸드 사업도 미래고부가가치 사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저출산·고령화로 아이가 줄면서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펫팸족’(펫+패밀리의 합성어,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사람들)이 늘어난 영향이다. 기존 식품 및 건강기능식품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대상그룹은 지난해 대상펫라이프 법인을 설립하고 대상홀딩스의 자회사로 편입해, 새 브랜드 닥터뉴토의 상표권을 출원하며 본격 펫푸드 시장에 진출했다. 풀무원도 풀무원아미오를 풀무원건강생활에서 풀무원식품으로 편입, 반려동물 식품 사업을 정비하고 브랜드 체계와 방향성 등을 확립했다. 하림은 ‘하림펫푸드’를 통해 식품관련 개발‧생산‧유통 역량을 기반으로 반려동물식품사업을 전문화했고, 출범 5년 만에 흑자 달성하는 성과를 거뒀다.
축소경제가 노동환경도 변화시키고 있다. 농업, 외식업계 주방일 등 노동집약적 작업 일손 부족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 및 각 산업현장들은 외국인 근로자 도입을 확대 중이다. 정부는 올해부터 고용허가제를 개선해, 국내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의 규모를 확대한다. 고용 허용 업종도 음식점, 광업·임업까지 넓혔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은 심각한 인구 감소로, 내수시장에서 수익성 확대를 꾀하기 어려워졌다”며 “산업계가 ‘글로벌화’에 방점을 찍고 해외사업 비중을 늘리는 것의 근본적 원인도 인구감소이듯, 내수 규모 축소가 각 사업 분야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