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中에 맞서야 하는데…철강-조선은 '내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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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中에 맞서야 하는데…철강-조선은 '내전 중'
  • 이찬우 기자
  • 승인 2024.03.20 15: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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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열연 두고 철강사 갈등 심화
조선·철강, 후판값 협상 장기화 전망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조감도. 사진=HD현대중공업 제공.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조감도. 사진=HD현대중공업 제공.

매일일보 = 이찬우 기자  |  중국이 한국의 대표 산업인 철강·조선업계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고 있는 가운데 국내 업계에서는 자국 기업간 신경전을 벌이며 내전 양상을 보이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열연강판을 생산하는 포스코, 현대제철은 국내에 저렴한 가격으로 유통되고 있는 '중국산·일본산' 열연강판에 대해 반덤핑 조사신청을 검토하고 있다.

철강업계에선 다른 양상의 갈등이 보이고 있다. 철강업계는 글로벌 부동산 경기 악화로 최악의 불황을 보내고 있는데, '중국산 열연'이 국내 시장으로 유입되면서 대형 철강사와 중견 제강사의 입장이 대립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철강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로 수입된 열연강판은 전년보다 24.4% 증가한 422만2000t으로 집계됐다. 이 물량 가운데 일본산은 221만7000t, 중국산은 179만t으로 각각 전년보다 수입량이 29.9%, 26.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과잉생산과 일본의 엔저현상으로 인해 수입산 열연의 가격이 저렴하다 보니 수익성 강화를 위한 동국제·세아제강·KG스틸 등 중견 제강사들이 이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중견 제강사에 따르면 이전엔 중국산의 품질이 매우 떨어져 높은 가격에도 국산 제품을 썼지만, 최근엔 품질에 큰 차이가 없어 저렴한 중국한 열연을 구매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대형사들의 입장은 다르다. 수입산 제품이 국산제품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유통돼 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형사들은 현재 상황을 '덤핑'으로 간주하고 제소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덤핑 조사 신청 시 해당 제품의 수입이 절대적(수입량)·상대적(국내시장 점유율)으로 증가해 국내 산업의 피해가 있고 2% 이상의 덤핑이 있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는 조건도 이미 통계로 확보됐다고 알려졌다.

이외에 철강업계와 조선업계간의 '후판값' 협상 신경전도 장기화되고 있다. 호황을 맞아 수익성을 극대화하려는 조선사와 심각한 불황으로 실적 개선에 목 마른 철강사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후판은 선박에 쓰이는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으로 선박 건조 비용의 약 20%를 차지하는 필수 자재다.

철강사와 조선사의 후판 가격 협상은 상반기와 하반기에 한 번씩 이뤄진다. 지난해 하반기엔 연말까지 이어지는 장기전 끝에 철강업계가 후판값을 인하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후판값 협상이 길어지는 가장 큰 원인은 열연과 마찬가지로 '중국산' 유입때문이다. 중국이 자국에서 소화하지 못한 후판을 국산 제품 대비 톤당 약 20만원 저렴한 가격에 유통시키면서 국산 제품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철강업계는 지난해 후판의 가격을 기존 대비 5% 인하한 90만원에 판매하기로 결정했다. 반면 철강업계는 '올해는 인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불황이 여전한 가운데 더이상의 수익성 악화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원자재, 전기료 인상 등의 이슈로 인해 후판 가격 인상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저렴한 수입산 유입으로 인해 올해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고객사와 충분한 협상을 통해 조율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조선업계는 오랜만에 맞이한 훈풍을 그대로 이어가려한다. 국내 조선 3사(HD현대·삼성중공업·한와오션)는 약 3년치 일감을 쌓아놨을 정도로 많은 수주에 성공했다.

이에 일각에선 업계 공생을 위해 조선사의 양보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조선사가 코로나19로 허덕이던 2020년에 철강사가 후판값을 인하했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조선사들은 50%도 안되는 수주 목표달성률 기록할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조선사 역시 겨우 흑자전환에 성공한 상황이라 조금이라도 수익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후판은 선박 건조 비용의 약 20%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조선산업 가격경쟁력의 핵심 변수”라며 “장기적 관점에서 국가 기간산업인 조선업과 철강업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상생의 후판가 컨센서스를 형성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국내 산업계 간의 갈등과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힘을 합쳐야 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국내 기업끼리 다투는 것은 장기적으로 이득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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