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비스포크 AI’ 라인업 강화…LG전자, ‘UP가전’ 맞불
‘갤럭시 AI’ 앞세운 갤럭시S24, 애플 제치고 글로벌 1위 탈환
매일일보 = 이상래 기자 | 국내 산업계가 인공지능(AI) 패러다임을 선도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산업 지형을 바꾸는 AI를 빠르게 선점하기 위해 속도전을 벌이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전자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AI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글로벌 메모리 1위 삼성전자와 2위 SK하이닉스가 AI향(向) 반도체인 고대역폭메모리(HBM)을 두고 맞대결을 벌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글로벌 HBM 시장의 점유율은 SK하이닉스(53%), 삼성전자(38%)로 조사됐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반도체 생산시절에 270억 달러(36조5000억원)를 추가 투자할 계획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기존 170억달러(약 23조원)에서 440억달러(약 59조5000억원)로 미국 반도체 투자를 확대한다. 특히 추가 투자액 중 40억달러(5조4000억원)를 HBM 시장을 겨냥한 어드밴스드 패키징 공장 건설에 투입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SK하이닉스도 38억7000만달러(5조2000억원)을 투자해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AI 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 기지를 건설하고, 퍼듀 대학교 등 현지 연구기관과 반도체 R&D에 협력한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 공장에서는 2028년 하반기부터 차세대 HBM 등 AI 메모리 제품을 양산할 예정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이러한 초대형 투자는 엔비디아, 오픈AI, 메타 등 글로벌 AI 기업들과의 협력을 넓히기 위함이다. 올해 들어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가 방한했다. 올트먼 CEO는 삼성·SK와 AI 생태계 구축을 논의했다. 저커버그 CEO는 삼성과 AI 반도체 파운드리 협력을 모색했다. 메타가 삼성전자 파운드리 2나노 고객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가전 시장에서도 삼성전자와 LG전자의 AI 주도권 싸움이 본격화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비스포크 AI’ 브랜드를 앞세워 AI 가전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비스포크 AI는 삼성전자의 AI 기능이 '스마트싱스'의 초연결 생태계 안에서 서로 연결되고 맞춰주는 제품이다. 삼성전자의 대표적 가전 브랜드인 비스포크에 AI 성능을 강화한 라인업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신제품 론칭 미디어데이 '웰컴 투 비스포크 AI'을 통해 비스포크 AI 하이브리드, 비스포크 AI 스팀, 비스포크 AI 콤보 세탁·건조기 등 비스포크 AI 신제품 라인업을 공개했다. AI 제품은 15종에 달한다. 특히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접 미디어데이에 참석해 비스포크 AI에 힘을 실어줬다. 한 부회장은 “삼성전자는 AI기능을 대폭 강화한 다양한 제품군을 선보이면서 업계에서 AI 기술의 확산을 리드하고 있다”며 “이제는 소비자들이 가정 내에서 자주 사용하는 다양한 스마트홈 기기들을 통해 '모두를 위한 AI' 비전을 완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LG전자도 AI 가전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LG전자는 2011년 업계 최초로 가전에 와이파이(무선인터넷) 모듈을 탑재한 만큼 글로벌 AI 가전의 선구자임을 강조하고 있다.
여기에 LG전자는 2022년 1월 고객이 원할 때마다 신기능을 업그레이드로 추가하는 ‘UP가전’을 선보이며 본격적인 AI가전 시대를 열었다는 입장이다.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주주총회에서 “(본격적인) 인공지능 가전의 시초는 LG전자가 만들어낸 UP가전”이라고 밝혔다. LG전자는 최근까지 총 336개의 신기능을 UP가전 콘텐츠로 개발해 제공하고 있다.
특히 LG전자는 인공지능을 ‘공감지능’으로 재정의해 글로벌 AI 가전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전략이다. 조주완 CEO는 공감지능에 대해 “AI가 사용자를 더 배려하고 공감해 보다 차별화된 고객경험을 제공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공감지능의 차별적 특징으로 △사용자의 안전·보안·건강을 케어할 수 있는 실시간 생활 지능 △자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조율·지휘지능 △보안 문제를 해결하고 초개인화 서비스를 위한 책임지능을 제시했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AI 패러다임 확보전이 전개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AI'를 탑재한 갤럭시S24 시리즈로 글로벌 스마트폰 주도권을 애플로부터 가져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터에 따르면 지난 2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점유율 20%를 기록해 애플(18%)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판매량은 1969만대로 전년 동기보다 13% 증가한 반면, 애플 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14% 감소한 1741만대에 그쳤다. 삼성전가 판매량 기준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1위 자리를 되찾은 건 지난해 9월 이후 5개월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