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김수현 기자 | 저출산과 초고령화 시대를 앞두고 연금개혁이 긴급한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사회 구성원간 이해관계가 부딪히면서 재원 마련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3일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현행 국민연금 제도가 유지될 경우 적립기금은 오는 2039년 최고점인 1972조원에 도달한 이후 점차 줄어들어 2054년에는 고갈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행 제도는 기금 소진 후 보험료율을 우선 조정해 연금을 지급하는 구조다. 2055년 이후 연금 지급액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보험료율을 35% 내외까지 인상해야 한다. 이는 OECD 최고 수준인 33%(이탈리아)를 넘어서는 수치다.
이는 세대간 형평성 문제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앞 세대는 낮은 보험료율로 높은 소득대체율을 누리지만 이후 세대에는 35% 내외의 높은 보험료율을 강요당하기 때문이다.
21대 국회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오는 29일까지 연금개혁 합의안을 도출하기로 했다. 여당은 보험료 인상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재정 안정론'에 방점을 찍었고, 야당은 보장성을 향상시키는 '보장성 강화론'을 견지하고 있다.
지난 4월 30일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에서 '더 내고 더 받는' 제도가 선호된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자 여야의 대립이 더욱 격화되는 양상이다. 공론화위는 500인 시민대표단을 대상으로 소득보장안(소득대체율 50%·보험료율 13%)과 재정안정안(소득대체율 40%·보험료율 12%)을 두고 조사한 결과 절반이 넘는 56.0%가 소득보장안을 선택했다.
이를 두고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미래세대와 국가의 재정안정 관점에서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기금이 소진된 이후 미래세대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에 대해 깊은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이용우 민주당 의원은 "응답자의 92.1%에서 국가가 지급 보장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며 "연금이 고갈될 때 국가가 지급을 보장하는 사전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2일 △민주노동조합총연맹 △참여연대 △한국노동조합총연맹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306개 단체가 참여한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은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장성 강화를 핵심으로 하는 연금개혁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들은 “21대 국회에서 더 내고 더 받는 국민연금의 입법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민간 연금 전문가들로 구성된 연금연구회는 "기득권 세대의 지갑을 미래세대가 부담해야 할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으로 한층 더 두툼하게 챙겨주자는 결론"이라고 주장하며 “새로운 연금개혁안은 미래 세대의 부담을 반드시 현 수준보다 줄이고 지속가능성을 연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