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미‧중‧일서 사업 협력 확대 모색
‘한일중 비즈니스 서밋’에도 총수 총출동
매일일보 = 김명현 기자 | 재계 수장들이 미·중 갈등과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高)'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국경을 넘나들며 난국 돌파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은 한 달 새 미국과 중국, 일본을 연달아 찾아 비즈니스 협력 확대를 모색했다.
지난 14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제56회 한일경제인회의'에선 기조연설에 나서 같은 배를 타고 강을 건넌다는 '동주공제(同舟共濟)'를 언급, 양국의 관세 폐지를 제안했다. 최 회장은 "한일 양국이 관세를 전면 폐지하는 완전한 무역 자유화를 시행하면 양국 모두 실질 국내총생산(GDP)과 소비자 후생이 증가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인도퍼시픽이나 글로벌 사우스와 같은 잠재력 높은 지역에 함께 진출하고, 중국과 미국, 유럽연합(EU) 등 주요국과의 관계에서도 긴밀한 공조를 통해 협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일경제인회의는 한일 양국의 대표적인 민간 경제회의로, 1969년 첫 회의 이후 매년 양국에서 번갈아 열려왔다. 최 회장은 오는 23~24일 도쿄에서 개최되는 '닛케이포럼'에도 연사로 참가할 예정이다.
최 회장은 지난달 말 중국 베이징을 찾아 경제 실세로 통하는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를 만나기도 했다. 두 인사는 경제무역 협력 강화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같은 달 24일엔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엔비디아 본사를 찾아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와 회동했다.
평소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최 회장과 황 CEO는 양사 파트너십 강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 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이날 만남에 대해 "(젠슨 황이) 자사 제품이 빨리 나올 수 있도록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연구개발(R&D)을 서둘러 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최 회장을 비롯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주요 그룹 총수들은 이달 하순 서울서 열리는 '한일중 비즈니스 서밋'에도 대거 등장할 전망이다.
한일중 비즈니스 서밋은 3국 경제단체인 한국 대한상공회의소, 일본 게이단렌(일본경제단체연합회),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CCPIT)가 공동 주관하는 행사다. 국내 재계 총수들이 일본, 중국 기업인들과 회동하는 건 2019년 중국에서 열린 제7회 한일중 비즈니스 서밋 이후 5년 만이다. 이번 서밋이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주요 사업 협력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재용 회장은 최근 약 2주간의 유럽 출장을 마치고 이달 초 귀국했다.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 등에서 폭넓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다수의 비즈니스 미팅을 소화했다는 전언이다. 그는 지난달 26일 독일 오버코헨에 있는 글로벌 광학기업 자이스 본사를 방문한 뒤 이탈리아로 넘어가 프란치스코 교황을 알현하기도 했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달 세계 자동차 3대 시장인 인도에서 중장기 사업 전략을 점검하고 현지 직원과 비전을 공유했다. 현대차그룹은 인도 생산 능력을 연간 150만대로 늘리고 현지 전기차 시장 확대를 견인해 지속 성장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전략이다.
HD현대그룹의 차기 총수로 손꼽히는 정기선 부회장은 지난달 28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개막한 세계경제포럼 특별회의에 공동의장 자격으로 참석했다. 세계경제올림픽으로 불리는 세계경제포럼은 전 세계 저명한 기업인, 경제학자, 정치인, 언론인 등이 참여하는 국제 민간회의다.
정 부회장은 “세계 경제의 보편적 성장과 에너지 접근성의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고자 마련된 자리”라며 “HD현대의 미래비전 역시 인류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고 있는 만큼 글로벌 협력을 강화해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그는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 기조연설에서 HD현대의 미래비전을 알리고 글로벌 협력을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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