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여건 개선 역부족…가스公, 미수금 14조…한전, 적자 42조 달해
매일일보 = 서영준 기자 | 한국전력공사와 한국가스공사가 잇다른 전기·가스 요금 동결에도 올해 1분기 흑자를 기록하며 선방했다. 하지만 양사의 누적 부채 합산이 250조원에 육박하면서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전과 가스공사는 모두 올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높은 수준의 실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에너지 가격의 안정세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한전의 올 1분기 매출액 23조 2927억원, 영업이익 1조2993억원을 기록했다. 한전의 영업이익은 2021년 2분기에 적자로 돌아선 뒤 2023년 2분기까지 9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였다. 이후 3차례 전기요금이 인상되고, 국제 에너지 가격이 다소 안정되면서 지난해 3분기부터 흑자를 이어가고 있다.
가스공사는 올 1분기 9215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지난해와 비교해 56.6% 늘었는데, 용도별 원료비 정산이 늘어난 점이 성장을 견인했다. 매출은 12조810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6% 감소했지만, 순이익은 4069억원으로 191.9% 늘었다. 지난해 순손실이 7474억원을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긍정적인 출발이다.
한전과 가스공사가 일제히 호실적을 내고 있지만, 악화된 재무 여건을 개선하기엔 역부족이다. 한전은 2021년 2분기부터 누적된 적자만 42조3000억원, 전체 부채는 202조원을 넘어섰다. 1년 이자 비용으로만 4조4000억원을 내야 하는 처지다. 가스공사의 경우 올해 1분기 미수금은 3700억원 감소해 누적 14조1997억원을 기록했다. 가스공사의 부채는 47조4286억원으로 이자비용만 1조6000억원 규모다.
이같은 양사의 재무 위기는 에너지 가격이 올라도 전기·가스요금에는 반영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전 적자는 발전사에 전기를 비싸게 사 와서 싸게 파는 역마진 구조로 인해 발생한다. 최근 해소되긴 했지만 누적 적자를 만회하기엔 역부족이다. 가스공사 역시 원가보상률이 8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액화천연가스(LNG)를 원가의 80% 선에서 국내에 공급 중이다.
이런 와중에 국제 에너지 가격은 급등하고 있다. 국제 유가는 최근 불안한 중동 정세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며 최악의 경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직후 보다 더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을 지속 중인 점도 에너지를 수입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반갑지 않다.
결국 양대 에너지 공기업의 경영난을 해소하기 위해선 요금인상이 현실적으로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동안 국제유가 등 에너지 가격이 오른 것을 전기·가스요금에 반영하지 못했다. 정부가 고물가로 인해 전기·가스요금을 일제히 동결한 것이다. 4월 총선 이후에도 전기·가스요금이 인상될 것이란 관측이 많았지만, 고물가에 동결 결정이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요금 인상 시기는 가스료는 오는 7월, 전기료는 오는 9월로 예측된다. 여름철은 겨울보다 가스 수요가 줄어 가스료 인상 부담이 적어서다. 물가 충격에 따른 여론의 저항도 줄일 수 있다. 반면, 전기는 여름철 냉방과 맞물려 수요가 급증한다. 더구나 올해는 폭염이 예측되는 상황이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전기·가스요금 정상화는 반드시 해야 하고 시급하다"면서도 "소비자 민생 직격타일 뿐 아니라 산업에서 우려하고 있고 아직 중동 상황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계속 주시하면서 적절한 인상 시점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