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 늦어질 경우 입법 및 예·결산 심사 부실 등 악영향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여야가 22대 국회 개원을 2주 앞두고 여러 현안에서 이견을 드러내며 '늑장 개원'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4·10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 법제사법위원장직 등 상임위원회 독식 움직임을 보이자 국민의힘이 이에 반발, 원 구성 협상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여야가 21대에 이어 또다시 법정 기한을 넘겨 개원할 경우 입법과 국가 예산 심사 등 국회 주요 업무 공백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3일 첫 회동에서 주요 현안에 대해 신경전만 벌인 채 돌아섰다. 이날 양측은 협치와 소통을 언급하면서도 쟁점 현안에 대해선 입장차를 보였다.
박 원내대표는 "경제 침체가 심각한데 집권 여당이 민생 지원금 편성을 위해 추경에 적극 협조해줄 것을 기대한다"며 민주당이 추진하는 '전국민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지급' 이슈를 꺼냈다. 그러면서 "해병대원 특검법 때문에 많이 긴장되는데 총선 민심 수용 여부를 가르는 상징적 사안"이라며 "국민의힘이 대통령에게 수용을 건의하는 것이 민심을 받드는 길이 아닌가 조심스럽게 말씀드린다"고 요구했다.
22대 국회 원 구성과 관련해선 "총선 민심을 받들어 (22대 국회) 원 구성이 원만히 되길 바란다"며 추 원내대표를 압박하기도 했다.
여야 간 견해차가 큰 현안을 꺼내 들자 추 원내대표는 "공개적으로 드릴 말씀은 없다"며 "(대화로) 정국을 잘 풀어나간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시간을 좀 가지자"고 선을 그었다.
두 원내대표는 향후 1주일에 한 차례 이상 회동하며 현안을 논의한다는 방침이지만, 입장차가 큰 탓에 난항이 예상된다. 특히 여야 간 원 구성 협상부터 대립하는 상황이어서 '지각 개원'이 되풀이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국회법상 총선 후 첫 임시회 본회의는 국회의원의 임기 개시 7일 안에 열도록 규정하고 있다. 첫 본회의에서 의장단을 선출한 뒤 3일 이내 18곳의 상임위원장을 뽑아야 한다. 22대 국회가 오는 30일 출범하는 만큼 원 구성을 위한 여야 간 협상이 이뤄져야 하지만 상임위원장 배분부터 대립하는 상황이다.
지난 총선에서 압승한 민주당은 민심을 이유로 들며 국회의장직은 물론, 법사위·운영위를 포함한 상임위 독식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1대 국회 후반기 국민의힘이 법사위원장(김도읍 의원)을 맡은 이후 야당 주도 법안들이 법사위에서 줄줄이 제동이 걸렸다는 판단이다. 때문에 법안 심사의 최종 관문인 법사위원장 자리를 되찾아와 22대 국회에서 각종 민생·개혁 입법을 추진해야 한다는 논리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입법 독주'에 나서려 한다며 법사위원장직 등을 절대 내줄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여당 입장에서는 야당이 '윤석열 정부 심판'을 내걸며 '쌍특검법(대장동 50억 클럽·김건희 주가조작 의혹)' 등 처리를 예고한 만큼 이를 견제할 수 있는 법사위원장직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에 국민의힘은 관례대로 원내 2당이 법사위를 가져가고, 여당 원내대표가 운영위원장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개원이 늦어진다면 입법 공백은 물론 상임위원회 현안 보고 등 국회 주요 업무가 졸속으로 이뤄질 공산이 크다. 특히 각 상임위의 경우 정기회가 열리는 9월 이전인 8월 말까지 소관 부처의 예·결산을 상정해 심사해야 하는데, 원 구성 협상이 지연되면 부실 심사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원내 교섭단체 간 협상을 통해 상임위원장직을 배분하는 제도가 부활된 13대부터 21대 국회까지 새 국회가 원 구성을 마치는 데는 평균 47.4일이 걸렸다. 단 한차례도 원 구성 시한을 지킨 적이 없어 국회법이 사실상 무용지물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21대 국회도 임기 시작 48일 만인 7월 16일 개원식을 열어 1987년 헌법 체제 이후 가장 늦은 개원이라는 오명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