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난 우려에 '배임 이슈→감사 면책' 예정
매일일보 = 권한일 기자 | 2∼3년간 시공 원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공사비 증액을 둘러싼 분쟁이 공공·민간 할 것 없이 확산되는 가운데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지방공사들이 민간참여 공공주택사업의 공사비를 상향하기로 했다.
2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전날 LH와 경기주택도시공사(GH)·인천도시공사(iH)·부산도시공사·충남개발공사 등 지방공사에 민관합동 건설투자사업(PF·프로젝트파이낸싱) 조정위원회의 1차 조정에 따른 후속 조치를 이행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해 10월 PF 조정위원회를 통해 공사비 인상 및 PF 금리 인상으로 위기에 몰린 사업장에 대한 조정에 나선 결과 1차 조정 총 34건을 접수했다. 민간참여 공공주택이 70%(24건·7조6000억원 규모)를 차지해 이 분야에서 공사비 갈등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참여 공공주택은 LH가 토지를 제공하고 민간 건설사는 건설과 분양을 맡아 수익을 투자 지분에 따라 배분하는 사업 방식이다. 조정을 신청한 건설사 대부분은 공사비 상승분을 공공이 좀 더 부담할 것을 요청했다.
민간참여 공공주택사업은 계약 체결 당시 '물가 변동에 따른 공사비 증액 조항'이 없었기 때문이다. 공사비 갈등으로 공공주택 공급이 지연되고, PF 부실이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조정위는 공사비 상승분의 일정 부분을 공공이 부담하는 것을 골자로 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조정위는 건설공사비지수로 산출한 실제 물가상승률에서 통상 물가상승률(사업 시작 전 10년간 건설공사비지수 상승률 평균)을 빼 '급등 물가상승률'을 산출한 뒤 이를 공사비 분담에 활용할 방침이다.
예를 들어 LH 지분 60%, 민간 건설사 지분 40%, 총사업비는 1000억원인 민간참여 공공주택사업이라면 급등 물가상승률이 10%로 산출됐을 때, LH가 오른 공사비 100억원 중 지분율에 따라 60억원을 민간 건설사에 보전해주도록 한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공주택 건설 사업장이 멈추지 않도록 지원하고, PF 시장을 안정화하기 위한 차원에서 공공이 공사비를 좀 더 부담하자는 것"이라며 "민간참여 공공주택은 분양가상한제 대상이기 때문에 LH가 공사비를 올려준다고 해도 분양가에 바로 반영이 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공사비 증액 때 LH 등 공공기관이 배임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는 점이었다. 추후 책임 추궁을 우려한 공공기관들은 공사비 증액을 머뭇거렸다. 이에 정부는 공공기관이 감사원의 사전 컨설팅을 거쳐 '감사 면책'을 받은 뒤 민간참여 공공주택사업에서 공사비 증액에 나서도록 했다.
국토부는 LH 등에 보낸 공문에서 "각 기관에서는 조정이 조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공사비 분담 가이드라인에 기반해 사업장별 민간 협의 및 감사원 사전컨설팅 후속 절차를 이행해달라"고 당부했다.
두달가량 소요되는 감사원 사전 컨설팅 이후 민간참여 공공주택사업 공사비 증액은 올해 하반기부터 이뤄질 전망이다. 공사비 문제를 놓고 공공과 민간이 팽팽히 대립해온 민간참여 공공주택사업이 정상 궤도에 오를지 주목된다.
지난달 마감한 PF 조정위의 2차 접수에는 민간참여 공공주택사업 50건(총 11조원 규모)이 조정을 신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