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간 IP 분쟁 多… 낮은 양형 기준 문제 지적
매일일보 = 김성지 기자 | 반도체·배터리·게임 등 국내 산업계 전반에서 유출리스크가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보안체계 구축, 제도 정비 등 국가적 차원에서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기업들이 자사 핵심 기술·인력 유출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LG화학은 중국 이차전지 소재 기업 ‘룽바이’와 양극재 특허 관련 다툼을 진행하고 있다. 양극재는 배터리 생산 원가의 40% 가량을 차지하고 배터리 수명 등을 결정하는 핵심 소재다. LG화학은 룽바이가 LG화학의 니켈·코발트·망간(NCM) 양극재 기술 특허를 무단 사용, 재세능원을 통해 제품을 생산·판매했다는 입장이다. LG화학은 2006년 세계 최초로 NCM 양극재를 양산했고 전 세계에 1300여건의 양극재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LG화학 측은 룽바이의 양극재 샘플을 분석해 다수의 특허 무단 사용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도 기술 유출과 관련해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상태다. 삼성전자의 지식재산권을 관리하는 IP센터장을 역임했던 직원이 삼성전자의 내부 기밀 자료를 불법 취득해 삼성전자와의 특허침해소송에 활용했다는 혐의다. 또 삼성디스플레이의 전 출원그룹장은 배임수재죄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사내 특허 출원 대리인을 선정해 주는 대가로 한국과 미국, 중국의 특허법인으로부터 약 7억원을 챙긴바 있다.
SK하이닉스의 반도체 핵심 기술을 유출한 협력사 부사장은 지난 18일 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탈취한 기술은 하이케이메탈게이트(HKMG) 기술이다. D램 반도체 속도를 높이고 소모 전력을 낮추기 위해 전도율이 높은 신소재를 사용한 반도체 제조공정 기술로, 협력사 부사장은 중국 기업에 HKMG 제조 기술과 세정 레시피 관련 유출 혐의를 받고 있다.
산업기술 해외 유출 사건은 지속 증가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통계에 따르면 2019년 14건이었던 산업기술 해외 유출 사건은 △2020년 17건 △2021년 22건 △2022년 20건 △2023년 23건에 이르렀다. 유출 내용으로는 반도체가 43건, 디스플레이 21건, 자동차 10건, 전기전자 9건 등이다. 유출된 기술로 인해 기업들의 피해액은 연 평균 약 56조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특허·IP 관련해 국내 기업간 분쟁도 다수 진행중이다. 넥슨과 아이언메이스소송이 장기전에 접어들 전망이다. 아이언메이스의 신작 역할수행게임(RPG) 게임 ‘다크앤다커’가 넥슨의 내부 프로젝트였던 'P3'와의 유사성을 두고 다투고 있다. 아이언메이스는 넥슨에서 퇴사한 개발자들이 설립한 회사로 이 중 과거 신규개발본부에서 P3 개발 팀장도 포함돼 있다. 이외에도 엔씨소프트와 카카오게임즈, 넷마블과 마상소프트 등 게임업계에 IP 관련 다수의 분쟁이 있다.
업계에서는 특허·저작권 침해 관련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업의 이러한 유출은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타국에 비해 양형기준이 낮기 때문이다. 또 여러 작량 감경 요소가 있어 결국 처벌이 미미하다는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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