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호실적 뒤 드리운 ‘기후플레이션’에…식품업계, 줄줄이 가격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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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호실적 뒤 드리운 ‘기후플레이션’에…식품업계, 줄줄이 가격 인상
  • 이선민 기자
  • 승인 2024.05.29 15: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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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K-푸드 열풍 탄 덕에 영업이익 호조
원부자재 비용 급증 이유로 가격 인상 결단
서울시 내 한 마트에 올리브유가 진열돼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서울시 내 한 마트에 올리브유가 진열돼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일일보 = 이선민 기자  |  식품업계는 올 1분기 K-푸드 힘을 보여주며 호실적을 기록했다. 원부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전 세계적인 경제 위기 속에서도 해외에서 K-푸드 열풍을 타고 수출 확대 특수를 누렸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해외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농심, 삼양식품, 오뚜기 등 라면업계 뿐만 아니라 CJ제일제당, 대상, 롯데웰푸드도 1분기 양호한 실적을 보였다. 특히 수출이 많은 기업은 원화 대비 달러화 환율이 상승한 덕도 봤다.

해외에서 K-푸드 열풍을 불러일으킨 삼양식품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 3857억원의 매출과 80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7%, 235% 씩 올랐다. 농심은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한 8725억원을 기록했으나, 원료비 상승 등의 요인으로 영업이익은 3.7% 줄어든 614억원을 기록하며 다소 아쉬운 성적을 냈다. 오뚜기는 1분기 매출이 883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 증가, 영업이익은 732억원으로 12% 증가했다.

CJ제일제당 또한 비비고를 앞세워 해외 식품에서 호조를 보이며 1분기 대한통운을 제외한 연결 매출은 4조444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8%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670억원으로 77.5% 늘었다. 대상도 같은 기간 매출이 1조44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5%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477억원으로 91.5% 늘었다.

롯데웰푸드는 수익성을 크게 개선했다. 1분기 매출은 9511억원으로 소폭 줄었지만 영업이익이 373억원으로 100.6% 견인했다. 오리온은 중국 법인이 호실적을 내며 1분기 매출은 12.8% 증가한 7484억원, 영업이익은 26.2% 증가한 1251억원을 기록했다. 동원F&B 또한 같은 기간 매출이 3.5% 증가한 1조1190억원, 영업이익은 14.8% 증가한 499억원을 기록했다.

이 같이 대다수의 식품업계가 호실적을 기록하면서 소비자들은 가격을 내리라고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오히려 원부자재 가격이 오르고 인건비, 판관비가 상승하면서 업계에서는 제품 가격 인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여파로 원부자재 값이 올랐으나 정부의 가격 인상 자제 요청으로 인상하지 않았기 때문에 올해는 올려야 한다는 반박이다.

특히 기후변화로 인한 흉작 등에 원물 가격이 오르면서 인상 결정을 하는 업체는 더욱 늘었다. 실제로 초콜릿의 주원료인 코코아 시세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고, 올리브 최대 생산국인 스페인에서 생산량이 절반으로 줄면서 올리브 가격도 급등했다. 최근 우려를 낳고 있는 김값의 경우 작년 동기 대비 80%가 올랐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오를 전망이 나오자 조미김 판매업체는 물론 프랜차이즈 김밥 업체들도 줄줄이 가격 인상에 나섰다.

코코아 가격 급등에 롯데웰푸드는 초콜릿 원료인 코코아 가격 상승에 따라 빼빼로, 가나초콜릿 등 제품 가격을 이달부터 올리기로 했다가 정부의 요청에 인상 시기를 6월로 늦추기도 했다.

CJ제일제당, 샘표, 사조해표, 동원F&B는 이달 초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올리브유 제품 가격을 각각 30% 이상 인상했다. 김가격 또한 CJ제일제당과 광천김, 대천김, 성경식품 등은 이달 김 가격을 10% 넘게 올렸다.

정부는 이달 식품업체들과 간담회를 열고 물가 안정을 위해 가격 인상 자제를 당부했고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또한 단기간의 비용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하지 말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릴레이 가격인상을 예견된 수순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긴축 경영을 하고 매출을 늘려 호실적을 낸 것은 칭찬할 일이지 그로 인해 가격을 내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며 “일부 해외에서 크게 성공한 기업을 제외하고는 올해도 간신히 실적 방어에 성공한 것일 뿐 원부자재 가격이 안정을 찾을 때까지는 식품업체들도 계속 어려움을 극복해나가는 중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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