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권희진 기자] 유통업계가 잇따라 도입하고 있는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CP)’을 두고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이란 기업이 스스로 공정거래 관련 법규를 준수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제정·운영하는 내부 준법시스템이다.

하지만 일부 기업들의 겉다르고 속다른 이중 행보 탓에 이 프로그램의 실천 의지가 미약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최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공정거래 자율준수 결의식’을 열고, 주요 계열사에 적용중인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을 전 계열사로 확대하기로 했다.

롯데는 이를 위해 정책본부 커뮤니케이션실을 중심으로 계열사의 공정거래 준수 여부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공정거래 자문단도 운영할 계획이다.

한국야쿠르트도 지난 1월 공정거래 자율준수 의지를 선언하고, 매년 1월 23일을 ‘공정거래 자율준수의 날’로 지정했다.

한국야쿠르트 관계자는 “공정거래 관련 법규 준수를 위해 지난 2012년 기업이 자율적으로 운용하는 내부 준법시스템인 자율준수프로그램을 도입했다”며 “지난해에는 불공정 행위를 예방하기 위해 공정거래 사전 법률검토 시스템을 구축하고 전사적으로 공정거래 교육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서울우유협동조합 역시 바람직한 공정경쟁 및 투명한 윤리경영의 정착을 위해 공정거래 자율준수프로그램의 도입을 선포했다. 공정하고 투명한 기업활동을 자발적으로 전개해 나감으로써 법 준수는 물론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미다.

이처럼 주요 기업들이 공정거래 약속을 통해 독점, 담합, 부당지원 등 불공정 관행들을 선제적으로 예방하겠다는 실천의지를 선언하고 있지만, 이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는 만만치 않다.

당초 취지와 같이 공정하고 투명한 기업 활동이 아닌 내부적으로는 기업윤리에 반하는 위법행위로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납품업체에 비용을 전가하는 등 불공정 행위가 적발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았고, 한국야쿠르트도 최근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행정처분을 받았다.

이밖에도 지난해 신세계백화점은 자사의 베이커리 계열사를 부당지원하다가 적발,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제재를 받자 공정거래 우수기업 인증을 박탈당하기도 했다. 한 때는 공정거래 자율준수를 약속하고, 정부 인증을 받은 우수기업이었다.

업계는 기업의 자정 노력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는 지 관리감독과 모니터링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올바른 윤리 경영을 강조하고자 스스로 자율준수를 선언해놓고도 결국 ‘보여주기 식’에 행위에 그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정부 인증을 받은 우수기업들이 오히려 시장경제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당국의 엄격한 관리감독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