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겨냥 "세계적 신식민주의 독재 하고 있어"
김정은, 우크라이나 전쟁 러시아 공개 지지
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을 계기로 북한과 러시아가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을 체결하며 관계를 격상한 배경에는 미국과 서방 세계를 겨냥한 협력 강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포함한 러시아의 정책을 전적으로 지지한 것도 미국과의 대결장에 북러가 함께 들어섰음을 분명히 했다는 분석이다. 북러와 한미일 간 '신냉전' 구도가 더욱 공고해지며 국제 질서가 큰 변곡점을 맞이할지 주목된다.
푸틴 대통령은 19일 평양 방문 전후로 이번 방북의 목적이 미국 등 서방 세계에 대응하기 위한 북한과의 협력 강화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푸틴 대통령은 전날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우리는 서방의 통제를 받지 않는 무역 및 호상(상호)결제체계를 발전시키고 일방적인 비합법적 제한조치를 공동으로 반대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또 미국을 겨냥해 "이중 기준에 기초한 세계적인 신식민주의 독재를 하고 있다"며 "미국과 그 추종국들은 저들의 목적이 로씨야(러시아)에 '전략적 패배'를 안기는 데 있다고 공공연히 떠벌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로씨야는 어제도 내일도 교활하고 위험하며 침략적인 원쑤와의 대결에서 자주와 독창성, 발전의 길을 자체로 선택하려는 권리를 지키는 투쟁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영웅적인 조선 인민을 지지하였으며 앞으로도 변함없이 지지할 것"이라며 "우리는 국제관계를 더욱 민주주의적이고 안정적인 관계로 만들기 위하여 밀접하게 협조할 용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평양 금수산 태양궁전에서 열린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서도 "우크라이나 정책을 포함해 러시아 정책에 대한 (북한의) 일관되고 확고한 지지에 감사하다"며 "러시아는 수십 년간 미국과 그 위성국의 패권적 제국주의 정책에 맞서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등 국제 사회로부터 제재를 받는 러시아와 북한이 군사적‧경제적으로 협력해 적극 대응하겠다는 의미로, 이러한 푸틴 대통령의 의지가 이번 북한과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 협정 체결로 귀결됐다는 게 중론이다.
러시아의 대외 관계 수준이 크게 '선린‧우호 관계→협력 관계→전략적 동반자 관계→전략 동맹'으로 나뉘는 데 비춰 보면, 지난 2000년 체결한 '선린‧우호 관계'에서 '협력 관계'를 건너뛰고 바로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직행한 파격적인 격상이다. 여기에 유사시 군사 개입이 가능한 동맹관계 직전인 만큼 군사적 협력 가능성도 더욱 높아졌다.
실제 푸틴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한 첫날 러시아 태평양 함대는 동해 등에서 군함 40척 등이 참여하는 군사 훈련을 시작했다. 이번 훈련에는 군함 40척을 비롯해 장거리 대잠수함 항공기 투폴레프(Tu)-142M3, 일류신(Il)-38, 일류신-38N을 비롯한 해군 항공기와 헬리콥터 등 20대 등도 참여했다.
미국과 일본 등은 북러 정상회담과 관계 격상에 따른 군사적 협력이 미칠 파급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카린 장 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언론 브리핑에서 푸틴 대통령의 방북에 대해 "우리는 면밀하게 지켜보고 계속 그렇게 할 것"이라며 "러시아와 북한간 협력 심화는 한반도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나, 글로벌 비확산 체제 수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준수하고 우크라이나 국민을 지지하는 데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크게 우려해야 할 트렌드"라고 말했다.
또 북한이 무기 제공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기술 등을 받을 가능성에 대해 "이것(북러 협력)은 양방향"이라며 "그것도 우리가 분명히 우려하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관방장관 역시 전날 기자회견에서 "북러 간 무기와 관련 물자 이전을 포함해 우려하고 주시하고 있다"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의 완전한 이행을 위해 미국,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와 긴밀하게 협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