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시험법, 동물시험과 똑같은 효율·도덕적 문제 공유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글로벌 규제당국과 정치권이 실험 동물에 대한 윤리적 처우 개선에 나섰지만, 아직 완벽한 대체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과학계는 연구개발 동력 저하를 우려하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에 이어, 국내서도 동물 대체 시험법 마련에 나섰다. 동물대체시험은 임상 실험 등에 동물을 희생시키지 않도록 다른 방법으로 대체하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FDA는 이미 2022년에 약물의 안전성과 효능을 평가하기 위한 동물시험 의무를 삭제시켰다. 유럽의약청(EMA)은 유럽연합(EU) 전역의 의약품 테스트에서 동물의 윤리적 사용을 위해 3R 원칙(대체, 축소, 개선)의 구현을 추진 중이다.
이에 국내서도 해외 규제기관과 연계해 글로벌 트렌드에 발맞춤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소속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은 지난 2월 22일 개최한 ‘첨단 동물대체시험법 표준화 국제심포지엄’을 통해 미국 FDA, NIEHS 및 OECD 등과 협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국내 개발 간 오가노이드 이용 독성평가 시험법의 국제인증을 위한 OECD 독성시험 가이드라인 등재가 신속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했다.
또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이주환 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동물대체시험법 제정안을 추진하는 등, 여야를 막론하고 국내 정치권에서도 동물 보호에 관심을 갖는 추세다. ‘동물대체시험법의 개발·보급 및 이용 촉진을 위한 법률’은 지난해 12월 보건복지위를 통과, 올해 초 법사위에 상정됐지만 부처들 간의 의견 조율이 필요해 계류된 상태다.
동물시험을 대신할 수 있는 방안으로는 사람 유사체 모델, 장기칩, 오가노이드, 3D 프린팅을 통한 조직재건 기술, 컴퓨터 모델링, 빅데이터 분석 등이 있다. 인체의 특정 장기를 구현한 이 방식들로 동물 시험을 대체할 수 있어 국내외에서 관련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미국 FDA는 인간유도 만능줄기세포, 오가노이드 및 장기칩과 같은 세포기반 분석기술, 첨단인공지능 등의 동물실험에 대한 대안법의 활용을 허용한 상태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해당 대체 방법들도 기존 동물시험과 유사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기칩은 작은 칩에 특정 장기를 구성하는 세포를 배양해 해당 장기를 모방하는 기술이다. 오가노이드는 세포로부터 자가 재생 및 자가 조직화를 통해 형성된 3차원 세포집합체다. 해당 방식들은 아직 모든 인간의 장기에 대해 장기유사체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 동물보호 단체는 동물시험이 ‘비인도적’이라고 주장하지만, 대체시험 또한 윤리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암 분야의 경우, 환자의 자체 암조직을 이용하거나 기관을 모사한 장기칩 기반 검증시스템이 요구된다. 기존의 인체 조직은 비상업적인 목적의 기증으로 확보됐지만, 향후 오가노이드 기술의 가치가 상승하면 상업적 목적으로 활용될 우려가 있다.
환자의 개인정보 및 신체 일부가 환자 동의와 관계없이 기업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게 될 수 있단 의미다. 따라서 이에 대한 도덕적, 법적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또 기술의 발달로 인조 장기가 인체의 형태와 유사한 모습을 갖출수록 추가적인 윤리적 문제가 나올 수 있다.
또 동물시험 대체 수단을 찾지 못한 기업을 대중들이 ‘악’으로 인식할 우려도 있다. 장기 기증자가 갈수록 줄어들어 민간 단위서 이종장기이식 연구가 활성화돼야 하는데, 실험동물의 권익 향상으로 관련 산업이 위축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D제약사 연구원은 “인간의 대사와 일치하는 대체시험법은 복제인간, 즉 ‘클론’ 뿐이다. SF영화의 주요 소재이기도 한데, 인조인간 또한 인권 문제가 거론될 수 밖에 없다. 결국 완벽히 인체를 대체하고, 윤리 문제까지 없는 무결점 임상시험은 현시점에선 존재하지 않는다.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 상태에서 무작정 기존 방식을 막는다면 과학 발전의 퇴보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