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취지는 좋지만”… 친환경‧동물보호, 산업계 부담 요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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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취지는 좋지만”… 친환경‧동물보호, 산업계 부담 요소로
  • 이용 기자
  • 승인 2024.07.1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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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공급망실사지침, 2027년부터 발효… 하청기업까지 실사 의무 부여
중소기업, 대기업 의존도 심화… ‘하청으로 전락’ 우려
지난해 열린 ‘동물대체시험법 제정안 통과를 위한 6만 서명 전달식’에 참석한 국회의원들. 사진=한국 HSI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최근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강화된 친환경 및 동물보호 규제가 국내 산업계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유럽과 미국 등은 대기업 뿐 아니라 협력업체도 친환경 경영 의무를 부여하는 강도 높은 규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5일 관보 게재를 마친 유럽연합(EU)은 공급망실사지침(CSDDD)을 통해 기업의 인권 및 환경 보호 의무를 강화하고 있으며, 미국 또한 RE100(Renewable Energy 100%) 캠페인을 통해 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해외기업들은 협력사의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평가를 중요시하고 있어, 국내 기업들도 친환경 경영을 이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국내 산업계에선 대기업 외에는 해외의 친환경 규제에 대응하기 힘들단 점이다. 일례로 글로벌 사회의 ‘대세’로 각광받는 제약바이오 산업을 살펴보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친환경 경영 격차는 극심하다.

대기업 산하 바이오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한국ESG기준원으로부터 종합 ESG등급 A+를, SK바이오사이언스는 A를 받았다. 전통 제약사인 동아쏘시오홀딩스도 A 등급을 받았다. 반면 절대 다수의 제약사들은 C등급 이하에 머물렀다. 이름 있는 제약사라 해도 규모는 중소기업인 까닭에 친환경 경영 트렌드에 발맞추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또 시멘트 업계에 과도한 환경 규제가 적용되면서, 시멘트 뿐 아니라 건축업 등 국내 산업들이 전반적으로 후퇴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현재 업계는 탄소배출 저감 의무, 시멘트 성분 공개, 폐기물 연료에 대한 시민단체의 환경오염 주장 등으로 내홍을 겪는 중이다. 각종 규제 부담이 시멘트 생산량 감축으로 이어지면 한국 산업이 후퇴할 수 밖에 없다.

중소기업은 자체적으로 친환경 경영을 구축할 역량이 부족해, 정부 지원과 원청 대기업의 도움에 의지하는 실정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8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대한상의, 코트라, 대한상사중재원 공동 주관으로 2024 기업책임경영(RBC) 민관합동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김동수 김&장 소장은 “내년부터 EU 회원국의 입법화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직접적용 대상인 원청기업 중심으로 공급망참여기업 간 대응체계를 조속히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도 실사지침의 간접적인 적용 대상이 되는 만큼, 정부는 중소 수출기업이 단기간 내 대응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업계와 소통을 통해 적극 지원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의약품 원료를 생산하는 H사 관계자는 “결국 중소기업들은 원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갑을 관계가 고착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과 미국이 실험동물의 처우에 진보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것 또한 국내 과학계에 불리하게 작용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FDA는 약물의 안전성과 효능을 평가하기 위한 동물시험 의무를 삭제했고, 유럽의약청(EMA)은 유럽 전역의 의약품 테스트에서 동물의 윤리적 사용 체계를 구성 중이다.

대체동물시험법이 대안으로 제시됐지만, 이마저도 효능 및 윤리 문제를 완벽히 해소하진 못해서 연구활동이 제한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K제약사 관계자는 “이미 블록버스터 신약 개발에 성공한 해외국들은 수많은 동물을 희생시킨 끝에 성과를 내 놓고, 이제와서 선량한 척하며 후발주자들의 진입을 막는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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