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은행, 티몬·위메프 판매자 선정산대출 정지…판매자, “정부가 나서야”
매일일보 = 오시내 기자 | 티몬·위메프에서 판매 대금을 정산받지 못한 입점 판매자(셀러)가 급증하면서 소상공인의 줄도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부 은행들은 선정산대출을 중단하며, 이로 인해 피해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25일 티몬·위메프 입점 판매자들에 따르면, 다수의 판매자가 양사로부터 5월분 거래 대금을 정산받지 못해 경영 위기에 놓였다. 티몬·위메프 등 큐텐 계열 플랫폼 입점 판매자는 약 6만개사로 대다수가 소상공인이다. 업계는 티몬에서 발생한 피해 금액은 6000억원, 위메프는 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이커머스 등의 유통사는 판매 대금을 상품이 판매된 달의 말일을 기준으로 40~60일 이내에 정산한다. 티몬은 40일 이내, 위메프는 60일 이내로 정산기일을 정했지만, 판매액이 큰 경우에는 정산일이 더 늦어진다. 관계자에 따르면 티몬의 경우, 전월 일반 상품 판매대금은 5일, 티몬 프로모션에 참여한 대금은 10일에 정산된다. 이중 매출이 큰 판매자는 15일과 17일 순차적으로 정산받는다.
현재 티몬·위메프에서 총 13억원 이상을 정산받지 못한 판매자는 “우리 회사는 매출이 큰 편이라 15일과 17일 정산을 받았어야 하는데, 7월 중순부터 정산이 중단됐다”면서 “지난 주말 티몬 측이 7월 말까지 지급받지 못한 5월분 정산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지만, 현재는 아무런 대답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태에 대해 티몬 측과 판매자들이 만나 논의하기로 했었으나, 회사가 구체적으로 대답할 상황이 아니라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만남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티몬·위메프를 보유한 큐텐그룹은 지난 17일 판매자들에게 7월 말 정산을 약속하며, 정산 지연에 대해 보상하겠다는 입장문을 전달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큐텐은 정산 지연을 겪은 판매자에게 연 이율 10%의 지연 이자를 지급하고, 지연 금액의 10%를 큐텐 플랫폼 내에서 사용 가능한 포인트로 제공한다. 2주 이상 지연되면 향후 3년간 큐텐의 글로벌 플랫폼에서 판매 수수료를 3% 감면하고, 1개월 이상이면 큐텐 또는 티몬·위메프 상장 시 정산 지연금의 50%까지의 주식을 큐텐 임직원과 동일한 수준으로 매입할 수 있도록 제공한다.
업계 관계자는 이를 두고 “판매자가 원하는 건 정산 받지 못한 금액을 하루 빨리 받는 것뿐”이라며 “회사가 재생 불가한 상황에서 포인트와 주식 제공은 말도 안 되는 소리다. 큐텐의 태도가 기가 찬다”고 비판했다.
선정산대출을 시행하던 일부 은행들이 양사 판매자들에 대한 대출을 정지하면서 피해는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선정산대출은 판매자가 티몬·위메프 등 플랫폼에서 받을 정산금을 담보로 은행이 먼저 대금 일부를 지급하고, 정산일에 은행이 해당 플랫폼에서 대금을 받아 상환하는 방식이다. 상환 의무는 일차적으로 플랫폼에, 이들이 상환하지 못하는 경우 판매자에게 전가된다.
은행 관계자는 “일부 은행이 티몬·위메프 판매자에 대한 선정산대출 정지 지침을 내부 직원들에게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번 사태가 생각보다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판매자 역시 같은 의견을 내놓고 있다. 티몬·위메프 입점 판매자는 “티몬·위메프가 상환 능력이 없다고 판단한 은행들이 연체 이자를 판매자에게 청구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판매자들의 피해는 회복이 불가능한 정도다.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