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패션대기업 지난 1분기 이어 2분기도 실적 ‘뚝’
뷰티사업 강화, 해외시장 개척 등 돌파구 찾기 골몰
매일일보 = 민경식 기자 | 불황의 그늘이 유통시장에 드리우면서 패션 대기업들이 생존을 위한 다양한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로 역대급 호황을 누렸던 모습과 달리 패션대기업 대부분이 지난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현대백화점그룹 패션전문기업 한섬은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4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5% 줄었다. 동기간 매출액은 1.2% 감소한 3417억원을 기록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하 신세계 인터)은 영업이익이 133억원으로 27.8% 쪼그라들었다. 매출 역시 3209억원으로 3.9% 악화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영업이익이 8.8% 떨어진 520억원이다. 매출은 2.1% 하락한 5130억원이다. 코오롱FnC는 영업이익이 161억원으로 5.8% 내려가고 매출도 3266억원으로 1% 감소했다.
LF의 실적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앞서 1분기에는 홀로 성장을 거두며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246억으로 108% 늘었다. 동기간 매출은 1% 증가한 4466억원이다. 자회사(부동산금융·푸드) 실적 증대와 비율효율화에 따른 성과라는 설명이다.
주요 패션대기업의 실적 악화는 고물가·고금리 장기화로 소비·투자 심리가 쪼그라든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불황 시기 의식주 중 가장 먼저 소비를 줄이는 항목은 의류라는 지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분기 소매판매액지수(불변)는 전년 동기 대비 2.9% 감소했다.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분기(-4.5%) 이후 15년만에 가장 큰 낙폭이다. 감소세는 내구재와 준내구재, 비내구재에서 고르게 드러났다. 2분기 기준으로는 승용차(-13.2%)와 의복(-4.4%), 오락·취미·경기 용품(-7.3%), 음식료품(-3.2%) 등 품목에서 감소세를 보였다.
소매판매액지수는 개인·소비용 상품을 판매하는 2700개 기업의 판매액을 토대로 내놓은 결과다. 불변지수는 경상지수를 물가 디플레이터로 나눠서 물가 변동에 따른 가격 영향을 없앤 지수로, 불변지수가 낮다는 것은 물가를 고려한 실질적인 매출 수준이 떨어졌다는 뜻이다.
코로나19 기간 명품, 골프웨어 등에 쏠렸던 의류수요가 해외여행 등으로 분산되는 것도 패션 대기업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게다가 고물가 흐름을 타고 가성비 SPA(제조·유통 일광형) 브랜드가 각광받으면서 업체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가시지 않는 불확실성에 고심이 커진 기업들이 다양한 전략을 통해 위기를 돌파한다는 의지다. 코오롱FnC는 해외 시장 중 일본과 태국을 주목하고 있다. 아웃도어 브랜드 코오롱스포츠는 일본 최대 종합상사 이토추를 파트너사로 지정하는가 하면, 이머징 브랜드 ‘아카이브 앱크’는 태국 최대 유통기업인 센트럴백화점과 단독 유통 계약을 맺었다.
신세계인터는 뷰티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2일 화장품 브랜드 어뮤즈 지분 100%를 713억원에 사들였다. 어뮤즈는 국내는 물론 미국, 동남아 등 해외에서도 탄탄한 고객층을 보유한 브랜드다. 특히 ‘장원영 틴트’로 일컬어지는 ‘젤핏 틴트’ 제품이 큰 히트를 치기도 했다.
한섬 역시 니치향수를 비롯한 화장품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6일 최근 화장품 브랜드 ‘오에라’의 제조사인 한섬라이프앤의 지분 49%를 64억원에 취득했다. 이로써 소유 지분은 100%로 앞서 2020년 5월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기 위해 지분 51%를 53억원에 매입한 바 있다. 프랑스 향수 편집숍 ‘리퀴드 퍼퓸바’를 운영하면서 제품 확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신명품 브랜드와 SPA 브랜드를 강화하고 있다. 정통 명품 브랜드에 비해 저렴하면서도 유니크한 디자인을 찾는 수요가 늘어나자 신명품 발굴·유치에 나서는 것이다. 현재 자크뮈스, 메종키츠네, 구호, 아미 등 신명품 브랜드를 확보했다. 합리적인 가격대가 장점인 SPA 브랜드 ‘에잇세컨즈’의 차별화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내수경기 악화로 패션업계도 직격탄을 맞은 모습”이라며 “소비 여력이 떨어질수록 우선적으로 의류 소비를 줄인다는 점에서 의류 수요가 있는 새 시장을 개척하는 한편, 뷰티, 신명품 등 전반적인 카테고리를 확장해 소비자 니즈에 부합하려는 전략을 펼치는 거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