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아픈 손가락 된 석화·배터리, 각기 다른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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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아픈 손가락 된 석화·배터리, 각기 다른 승부수
  • 서영준 기자
  • 승인 2024.08.12 15: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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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화업계, '스페셜티'가 가른 2분기 실적
LG화학·롯데케미칼, 사업 재편·투자 조절
한화솔루션 경영진 교체카드로 경영 쇄신
캐즘에 배터리 3사 2분기 영업이익 부진
LG엔솔·SK온 속도 조절, 삼성SDI 투자 유지
LG화학 여수 CNT 공장. 사진=LG화학 제공
LG화학 여수 CNT 공장. 사진=LG화학 제공

매일일보 = 서영준 기자  |  우리나라 전통적인 주력 수출 산업인 석유화학과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배터리가 '효자'에서 '아픈 손가락'이 되고 있다. 석유화학은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배터리는 전기차 캐즘으로 보릿고개가 길어지면서다. 이에 각 업체마다 위기 돌파 승부수를 띄우며 반전을 꾀하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석유화학 업체들은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제품) 제품 비중에 따라 2분기 실적 희비가 엇갈렸다. 범용 석유화학 사업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롯데케미칼은 영업손실 1112억원으로 전년 동기 691억원 보다 적자 폭이 확대됐다.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도 174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반면 스페셜티 제품을 주력으로 하는 업체들은 깜짝 실적을 거뒀다. 금호석유화학과 DL케미칼은 2분기 각각 1191억원, 939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영업이익이 금호석유화학은 전년동기 대비 10.7% 늘고, DL케미칼은 흑자로 돌아섰다. LG화학 석유화학 부문도 영업이익이 323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앞으로도 스페셜티 제품이 실적 개선의 '키'가 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업계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LG화학은 비주력 사업을 빠르게 정리하고 있다. 지난해 IT소재사업부가 담당하던 편광판 및 편광판 소재 사업을 중국 기업에 매각했고, 올 상반기에는 범용 제품인 스티렌모노머(SM)를 생산하는 여수공장 가동도 중단했다.

아울러 투자 속도 조절에 나섰다. 2026년 이후 양산을 목표로 검토 중이었던 국내 NCM(니켈·코발트·망간) 공장과 모로코의 LFP(리튬인산철) 공장 투자를 1~2년 미루기로 했다. 도레이와 합작해 헝가리에 분리막 원단 라인을 설립하기로 했으나, 전방 시장 상황을 고려해 투자 내용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롯데케미칼은 기초화학 부문의 비핵심 사업과 자산 비중을 줄이는 자산 경량화 전략을 통해 기초화학 사업 비중을 2030년 30%까지 낮추고, 총 잉여현금흐름(FCF) 4조9000억원을 개선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설비투자 규모도 올해 3조원 수준에서 내년 1조7000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인다.

한화솔루션은 최고 경영자 교체 카드를 썼다. 예년 보다 1개월 이상 빠른 인사로 경영 쇄신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 신임 대표이사가 된 남정운 대표는 스페셜티 제품 비중을 확대해 회사의 수익성 개선을 이끌 예정이다. 

국내 배터리 3사는 전기차 캐즘 여파로 올 2분기에도 실적이 모두 부진하지만 대응 전략에선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간 공격적인 투자를 해 온 SK온과 LG에너지솔루션은 시장 상황에 맞춰 속도 조절에 나선 반면 보수적인 투자를 해 온 삼성SDI는 기존 투자 계획을 유지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매출 목표를 지난 1월 제시한 '전년 대비 한 자릿수 중반 성장'에서 '전년 대비 20% 이상 감소'로 축소했다. 또 미국 IRA에 따른 수혜 규모도 연초 제시한 45∼50GWh에서 30∼35GWh로 낮춰 잡았다. 애리조나주 ESS LFP 배터리 전용 생산 공장 건설과 제너럴모터스(GM)와의 합작법인 얼티엄셀즈의 미시간주 랜싱 3공장 건설을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

SK온은 공장 라인을 일부 전환하고, 양산 일정을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SK는 지난 1일 콘퍼런스콜에서 "하반기에는 수익성 개선을 위해 전사 차원의 원가 절감 활동 등 본원적 경쟁력 강화에 더욱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반기 물량 추이를 바탕으로 중국 옌청 2공장의 양산 시작(SOP) 일정을 조정하는 등 권역별 공장별 상황에 맞는 효율적인 라인 운영 계획과 생산 계획을 수립한다는 계획이다. 미국 내 생산이 완성차 제조사(OEM)에 매우 중요해짐에 따라 SK온 배터리 미국 공장의 일부 라인 전환 작업도 진행되고 있다.

삼성SDI는 기존 투자 계획을 변동 없이 유지하기로 했다. 지금이 장기적으로 투자에 집중할 '적기'라고 판단한 것이다. 삼성SDI는 전고체 전지 샘플 공급을 5개 고객사로 확대하는 등 전고체 전지 상용화를 계획대로 준비한다. 아울러 LFP 배터리 개발 라인을 구축해 2026년 양산에 나선다고 밝혔다. 46파이 원형 전지는 신규 고객 확보에 따라 계획보다 1년 정도 빠른 2025년 초에 양산을 진행할 계획이다. 아울러 연내 헝가리 법인 증설을 완료하고, 스텔란티스와의 미주 합작법인 양산 시점을 당초 계획했던 2025년 1분기에서 올해로 앞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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