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급물살 타는 배터리 실명제…전기차 시장 지형 바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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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급물살 타는 배터리 실명제…전기차 시장 지형 바꾸나
  • 이미현 기자
  • 승인 2024.08.19 15: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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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 차종 16개 중 13개 CATL, 파라시스 중국산 탑재
현대‧기아차 국내 LG엔솔·SK온 탑재, BMW SDI 적용
지난 1일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한 전기차가 옮겨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일일보 = 이미현 기자  |  최근 잇단 전기차 화재 사고로 전기차 소유주들의 불안이 커진 가운데 ‘배터리 실명제’가 공개되면서 전기차 시장에 지형 변화가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기차 포비아(공포증)’를 불러일으킨 인천 메르세데스-벤츠 EQE 화재 사고 원인 중 하나로, 중국산 파라시스 배터리가 지목되면서 중국산 기피현상과 함께 국내산 배터리의 안전을 믿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완성차 중 국내산 배터리를 대부분 차종에 탑재한 현대·기아차를 비롯해 국내 배터리 업계는 현시점에서 화재의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조심스럽지만 반사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 자동차 리콜센터 누리집의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현황'과 한국교통안전공단 등에 따르면 현대·기아차, 테슬라, BMW, 벤츠 등 국내외 브랜드 21곳이 총 69종의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했다.

앞서 지난 13일 정부가 국내에서 시판하는 모든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 정보를 제조사가 자발적으로 공개하도록 권고하면서 국내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 정보는 비공개 사항이지만, 국내외 완성차가 배터리 제조사를 자발적으로 공개한 것이다.

고급 수입 전기차 벤츠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벤츠코리아가 이번에 공개한 16개 모델 중 13개 모델에 중국 배터리 CATL과 파라시스 제품을 탑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번 화재 차량에 탑재된 EQE 기종 중 EQE 350+, EQE350, EQE500, EQE 53 등 5개 차종에 파라시스 제품이 사용됐다. 파라시스 배터리는 이번 화재 사건 외에도 화재 발생 가능성으로 2021년 중국에서 3만여 대가 리콜된 바 있다. 국내산 배터리가 탑재된 것은 EQC 400 4MATIC(LG에너지솔루션), EQA(SK온), EQB(SK온)에 불과했다.

이번 인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 이후 국내산 대비 저렴한 것으로 알려진 중국산 배터리를 탑재하면서 벤츠의 ‘명품’ 의미가 퇴색되고 있는 모양새다. 벤츠 전기차 구매 문의가 줄어들었고, 중고차 시장에서도 화재가 난 EQ 시리즈 모델이 차지하는 비율도 증가했다.

BMW도 국내 판매 전기차 10종에 탑재된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했다. BMW i7 xDrive60와 BMW i7 M70을 포함한 8종에는 삼성SDI 배터리 제품이 탑재됐다. CATL 배터리가 탑재된 차량도 있었다. 해당 차종은 BMW iX1과 BMW iX3 등 전동화 엔트리급 모델이다. 미니(MINI)는 현재 국내에 판매 중인 전기차가 없어서 배터리 제조사 공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현대차그룹이 선재적으로 공개한 20종의 전기차 대부분은 국내산 배터리 SK온과 LG에너지솔루션을 사용했다. 중국산인 CATL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은 소형 SUV 일부 기종으로, 기아 니로EV SG2, 레이EV, 현대차 코나 SX2 EV 등 총 3종이 해당된다.

뒤늦게 배터리 공개 대열에 합류한 테슬라의 경우 테슬라 모델3와 모델Y에는 LG에너지솔루션과 일본 파나소닉, 중국 CATL 배터리가 탑재됐다. 모델X와 모델S에는 파나소닉 배터리만 사용됐다.

업계에서는 배터리 정보 공개 이후 배터리 안전성을 강조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확대 해석을 경계하면서도 조심스럽지만 반사이익을 기대하는 모습이다. 

국내 배터리사 한 관계자는 “우수한 품질을 인정받은 국내 배터리사가 탑재된 국산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 니즈가 커져 국내 배터리 3사의 수혜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른 국내 배터리사 관계자는 “배터리에 화재가 난 것은 맞지만 화재 규명이 정확하게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조심스럽다”면서도 “반사이익은 조금더 지켜봐야 될 사안이지만 안정성 기술을 계속 개발하며 시장 상황에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다른 배터리 업계 관계자도 “반사이익을 고려하기에는 시기상조인 것 같다”면서도 “안전을 최우선으로 품질 중심의 제품을 생산하는데 집중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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