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민경식 기자 | 주류 문화의 변화와 소비 침체가 맞물리며 위스키와 와인의 인기가 사그라들고 있다. 주류 시장의 지형도가 급변하자, 주류업계는 위기 극복을 위한 다각화와 세계화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21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1~7월 위스키류 수입액은 1억4317만달러(한화 약 19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0.2% 줄었다. 동기간 와인 수입액은 2억6329만달러(3500억원)로 16% 감소했다.
위스키 수입액은 2020년 1억3246만달러에서 2022년 2억6684만달러(약 3500억원)로 2배 가까이 커졌으나 지난해 2억5967만달러(약 3460억원)로 줄었다.
와인 수입액은 2019년 2억5925만달러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급증하기 시작해 2022년 5억8128만달러(약 7700억원)로 치솟았으나 지난해 5602만달러로 쪼그라들었다. 와인 수입액 감소세는 현재까지 지속 중이다.
고물가 압박이 극심해지면서 유흥시장 내 주류소비량이 줄고 소비자들의 주류 선호도가 바뀌며 위스키와 와인 수입액이 하향세로 전환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다만, ‘홈술(집에서 마시는 술)’과 ‘혼술(혼자 마시는 술)’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젊은층 사이 하이볼 인기는 이어지는 만큼, 저가 위스키 수요는 남아있는 상황이다.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 1~6월 5만원대 이하 위스키 매출이 전년 동기와 비교해 17.4% 신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와인시장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혼술 문화 정착과 함께 활황세를 보였으나 그때와 달리 지금은 줄어든 모습”이라며 “위스키시장은 불경기 영향으로 특히 고가 위스키 수요가 위축됐고, 간단히 즐기는 하이볼 중심으로 시장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정통 양대산맥인 소주와 맥주 시장 역시 회식 문화 축소, 저도주·논알콜 선호 현상 등으로 수요가 줄고 있다. 특히, 소주는 불경기에 수요가 늘어나는 불황형 식품의 대표격이지만 예전만 못한 형국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소매점 기준 소주 매출은 2021년 2조4277억원에서 지난해 2조3515억원으로 떨어졌다. 동기간 맥주도 4조2462억원에서 3조9297억원으로 줄었다.
주류 업황에 먹구름이 끼자 주류업체들은 대책 세우기에 나섰다. 트렌드에 입각한 포트폴리오 세분화로 까다로운 소비자 니즈를 공략하는가 하면, 해외 시장에 문을 두드려 수익원을 마련하겠다는 셈법이다.
페르노리카 코리아는 하이볼용 위스키 수요 증가세를 반영해 ‘발렌타인 12년’을 단종하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발렌타인 10년’을 선보였다. 보해양조는 세계 3대 소금을 가미한 보해소주에 이어 소금 레시피 막걸리인 ‘쿠캣 솔티드 오리지널’을 이달초 공개했다.
오비맥주는 MZ세대의 저도주 선호 현상을 감안해 신제품은 ‘미켈롭 울트라’는 물론 ‘카스 라이트’와 비알코올 맥주 ‘카스 0.0’를 앞세우고 있다.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11일까지 프랑스 파리에 한국식 포장마차를 테마로 한 ‘카스 포차’를 운영해 누적 6만4000여명의 방문객을 동원했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12월 미국 주류회사 ‘E&J 갤로’와 글로벌 파트너십 확대 차원 업무 협약을 맺은 뒤 지난 1월부터 미국 소주 시장 진출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4월 ‘순하리’를 전파하기 위해 LA갤럭시 홈구장에 순하리 바를 구축하고, 지난 6월에는 현지 ‘새로’ 론칭 1주년 기념 협업 행사를 진행하는 등 활발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판매 외형 확장에 따른 수출 물량을 확보하고자 베트남 타이빈성 그린아이파크 산업 단지 내 첫 해외 생산 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 오는 2026년 완공 예정으로 토지 면적만 8만2645㎡(2만5000여평)에 달한다. 초기 목표 생산량은 연간 100만 상자다.
업계 관계자는 “고물가 등 주류 시장 판도가 달라지면서 보다 세분화된 전략이 중요해졌다”면서 “주종이 다양화된 만큼 소비자 니즈도 파편화돼 충분한 라인업 확보가 필요하고 성장성이 기대되는 해외 시장 공략에도 힘을 실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