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 “관성적 토건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한 기후문맹적 발상”
매일일보 = 김수현 기자 | 정부가 기후위기에 대응하고자 ‘기후대응댐’ 건설을 추진하자, 학계와 시민사회 및 환경단체들로부터 댐 건설에 대한 찬반 여론이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다.
26일 관가에 따르면 지난달 말 환경부는 홍수·가뭄과 장래 신규 물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기후대응댐 건설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경기 연천 및 강원 양구 등 전국 14개 후보지를 발표했다.
정부는 수도권 용수 공급은 소양강댐 및 충주댐 94%를 이미 차지하고 있어, 극한 가뭄이 발생하면 정상적인 생활용수 공급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국가 전략산업에 필요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새로운 물그릇 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용인 반도체 첨단산업단지 구축 등 전국적으로 공업용수 수요가 늘어날 전망에 이를 충족할 공급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재응 아주대 교수는 “최근 용인 첨단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의 경우 하루 약 65만㎥ 이상 용수사 필요할 것으로 분석되지만, 핵심 공급원으로 기대됐던 팔당댐 취소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 같은 이유들 때문에 신규 물그릇 마련과 같은 구조적은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말했다.
이번 댐건설이 검토되고 있는 지자체, 특히 경북 청도군·김천시·예천군 등에서는 최근 지속되는 가뭄과 홍수로 인한 피해가 늘어나면서 댐 건설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청도군의 경우 2017~2018년 가뭄으로 주 식수원인 운문댐은 역대 최저 저수을 기록했고, 유입 유량 감소로 2017년부터 가뭄 상황이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어 추가적인 용수공급이 필요한 상황이다.
2002년 홍수로 인해 39명의 인명피해 입은 김천시는 감천 유역의 반복적인 하천 범람이 큰 지역 사안으로 꼽힌다. 예천군 2020년과 지난해 집중호우로 인근 다수의 인명피해가 있어 홍수 피해 재발 방지가 필요하다는 평가다.
이에 더해 최근에는 지방소멸이 눈앞에 닥친 지역을 중심으로 댐을 통한 관광객 유입을 기대하고 있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 과장은 “지난해 산업부가 양수발전댐 건설후보지를 발표할 때에 많은 지자체들이 유치경쟁을 벌인 바가 있을 정도로 댐 사업을 과거와 다르게 지방의 새로운 활력으로 바라보는 시각들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서 과장은 “실제로 충주댐이나 김천 부항댐처럼 댐의 수변공간을 지역의 관광자원으로 활용해 지역의 명소로 자리 잡은 사례들을 볼 수 있다”라며, “이러한 측면에서 댐 건설법 상 규정된 댐 주변지역 정비・지원사업이 지역발전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기획 단계부터 지역과의 충분한 소통을 기반으로 추진하여 주민 소득을 증대할 수 있도록 해, 댐이 지역을 낙후시키는 것이 아니라 지역발전의 동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시민사회 및 환경단체들은 기후대응댐이 환경부의 댐 건설 계획은 관성적 토건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한 기후문맹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성명서를 통해 “환경부는 댐 신설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전국의 수해 피해가 마치 그간 댐을 짓지 않았기 때문인 것처럼 표현했지만, 최근 발생한 대부분의 수해 피해 사례는 제방의 관리 부실과 과도한 하천 공간 활용, 내수 배제 불량이 원인이었다”고 전했다. 또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 환경부는 국토 환경을 보전하는 부서가 아닌 개발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부서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이상헌 한신대 교수는 댐건설에 대한 객관적·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하다며 이번 계획을 반대 했다. 이 교수는 “환경부가 어떤 데이터에 의해 이번 후보입지를 선정했는지, 어떤 근거로 2.5억톤의 용수 확보가 필요했는지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고 “이 정부는 기후위기에 진심으로 대응하는 것이 아니면 토건사업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려는데 더 진심인지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성토했다.
염형철 전 국가물관리위원회 간사위원 역시 “정부가 느닷 없이 댐계획을 발표하면서 물 부족을 이유로 들었지만, 이들 주장은 정부의 기존자료와 결정을 전혀 검토하지 않은 게으르고 무책임한 것”이라며 “과다한 물시설은 관리비 부담을 가져올 뿐더러, 관리 부실은 재앙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시설이 많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 토목경제를 살리기 위해 자연을 훼손하고 미래를 위태롭게 하자는 주장은 비이성적이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