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억제에 기업대출 영업 경쟁
부실채권 12조 돌파...80%가 기업여신
한은 "산업별 리스크 관리 철저히 해야"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은행권이 경쟁적으로 늘렸던 기업대출이 부실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부실채권 비중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향후 건전성 악화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올해 상반기 말 기업대출 잔액은 884조9771억원으로, 전년 말(784조197억원) 대비 7.8% 증가했다.
가계대출보다 큰 폭의 증가율이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은 562조8504억원에서 576조1292억원으로 2.4% 늘어났다.
2분기 기준 기업대출 잔액이 가장 많은 곳은 우리은행(182조9370억원)이었다. 이어 국민은행(180조원), 신한은행(176조5729억원), 하나은행(175조1820억원) 등 순이다. 앞서 은행들은 정부가 가계부채 증가율의 과도한 증가를 우려하면서 이를 억제하자 기업대출을 경쟁적으로 늘려왔다.
일부 시중은행은 은행장까지 나서 기업대출의 중요성을 피력하며 대출 공급을 적극적으로 확대했다. 문제는 부실채권 비중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12조5000억원) 중 기업 여신이 전체의 80%를 차지했다.
은행권 기업대출 연체율도 상승 중이다. KB국민은행의 2분기 기업대출 연체율은 0.28%로, 지난해 말보다 0.09%포인트 상승했다. 신한은행도 지난해 말보다 0.01%포인트 오른 0.28%를 기록했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말과 같은 수준인 0.29%를, 우리은행은 0.04%포인트 오른 0.30%를 나타냈다.
특히 4대 은행의 기업대출 중 고정이하여신(3개월 이상 연체)은 올해 상반기 말 2조 8075억 원으로 지난해 말(2조 4168억 원)보다 16.2% 증가했다.
은행들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부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건전성 관리 강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기업대출 부실채권 규모가 아직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면서도 "향후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꾸준히 모니터링하며 관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 6월 금융안정보고서에서 "기업신용의 경우 최근 빠른 속도로 늘어난 만큼 금융기관들이 산업별 위험관리를 철저히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특히 "기업규모별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수익성이 저하됐고, 이자지급능력을 나타내는 이자보상배율도 1년 전보다 하락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은은 최근 발표한 기업경기조사 결과에서도 내수 부진과 글로벌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제조업과 비제조업 체감 경기가 나란히 악화했다고 진단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