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해외 막론하고 MZ세대 가치소비·헬시플레저 인기
유제품·육류 빠진 비건 식품 해외 통관도 쉬워
매일일보 = 이선민 기자 | 국내 식품사들이 해외 시장 확장을 위해 비건 식품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3일 한국식품연구원에 따르면 전세계 비건식품 시장 규모는 오는 2028년 614억달러(약 81조7541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국내 식물성 대체식품 시장 규모 또한 점차 커져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오는 2026년 28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MZ세대의 가치소비와 헬시플레저 유행에 비건 시장 규모가 커지는 추세다. 동물 유래 원재료를 사용하지 않고 동물 실험을 실시하지 않는 친환경 소비에 대한 인식이 증대되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즐겁게 건강을 관리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이 급증했다.
특히 미국과 유럽의 비건 시장 규모는 더욱 성장이 빠르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미국의 비건 푸드 마켓의 규모는 32억7000만달러로 2030년까지 2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K-푸드가 해외에서 큰 인기를 얻으면서 국내 식품사들도 비건 인증 제품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빙그레는 식물성 메로나를 앞세워 유럽 빙과시장을 공략한 후 올 상반기 유럽 수출액이 지난해 하반기 대비 3배로 증가했다. 탈지분유 대신 오트(귀리)를 사용해 기존 메로나 맛을 구현한 수출 전용 제품으로 호주, 유럽, 캐나다 등에 수출되고 있다.
메로나는 유럽, 캐나다, 호주의 높은 수입 유제품 대상 통관 규제, 비관세 장벽을 넘기 위해 식물성 메로나를 출시했다. 덕분에 작년 5월 호주에 이어 6월부터 네덜란드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유럽 시장에 진출했고, 현지 대형마트 체인 입점을 성공시켰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동유럽과 북유럽 지역으로도 넓혀 메로나 판매에 집중할 계획이다.
대상 오푸드는 세계적으로 김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비건 인증과 글루텐 프리 인증을 획득한 무방부제 스틱형 김자반을 출시했다. 스틱형은 기존의 다회용 김자반과 달리 1회분 포장이기 때문에 사용 후 번거롭게 밀봉할 필요가 없고, 산소 접촉을 최소화해 눅눅해지거나 산패될 걱정 없이 오랫동안 바삭바삭한 식감을 즐길 수 있어 외국인들의 접근이 쉽다.
국내 김은 K-푸드가 인기를 얻으면서 지난해 수출액 1조원대를 돌파했고, 약 120여국에 수출된다. 세계 시장에서 무려 7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등 김의 글로벌 위상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스틱형 김자반은 이달부터 미국 현지 교민마트에서 판매되고,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열리는 WFI와 10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SIAL에서도 선보인다.
냉동만두 시장에서 격전을 벌이고 있는 CJ제일제당과 풀무원은 비건 만두로도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CJ제일제당은 식물성 식품 브랜드 플랜테이블에서 비비고 왕교자를 출시했다. 풀무원은 식물성 지구식단 브랜드를 통해 한식 교자만두를 선보이면서 비건 만두 시장에 진입했다. 이들 업체는 모두 비건 시장이 큰 미국 등 해외 시장을 주력으로 삼고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아울러 CJ제일제당은 미국 식물성 유제품기업 뉴컬쳐와 협력해 글로벌 식물성 식품 사업에 드라이브를 건다. CJ제일제당 바이오 사업부문의 식물성 원료 활용 노하우를 뉴컬쳐에 전수하고, 뉴컬처는 이를 바탕으로 비건 치즈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이번 파트너십으로 비건 치즈 대량 생산 비용이 절감되면, CJ제일제당은 냉동 피자 시장에도 비건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동원F&B도 비건 사업에 뛰어들었다. 참치가 들지 않은 참치캔, 콩을 원료로 사용한 식물성 캔햄 등이다. 또 비건 전문 브랜드 비비드그린을 론칭하고 100% 식물성 재료로 만든 카레, 소스 등을 선보이면서 소비자들이 보다 편리하게 비건을 접할 수 있도록 했다.
업계는 올 여름 기후변화로 인한 온·습도 변화, 우기와 같은 장마, 물가 상승 등을 체감한 소비자들이 점점 더 환경을 생각하는 가치소비에 중점을 맞출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들이 ESG 경영을 강화하는 것과 가치소비 트렌드가 맞물리면서 비건 시장은 더 활성화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국내 시장에서 비건 제품의 비중은 크지 않지만 시장을 선점하고 브랜드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며 “해외에서 K-푸드가 인기를 얻는 시점에 비건 제품을 출시하면 한국 음식은 맛도 있지만 건강하기도 하다는 이미지를 줄 수도 있고, 유제품·육류가 빠진 제품은 수출 통관도 더 쉬워 시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