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원전 시장 성장세에 유럽·아시아 수출 기대감
매일일보 = 최은서 기자 | 최근 체코의 신규 원전 2기에 대한 우선협상대상자로 한국수력원자력이 선정되면서 K-원전 수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2009년 아랍에미리티(UAE) 바카라 원전 수주 이후 15년만의 원전 수출인데다 첫 유럽 원전 시장 진출 사례다. 특히 체코를 교두보로 향후 유럽시장 원전 수출 경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것으로 보여 원전 수출 청신호가 켜졌다.
5일 업계에 따르면 2020년 파리기후협약과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탈탄소화와 에너지 안보 우려가 커지며 탈원전을 선언했던 국가에서도 원전 확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원전 확대에 나서면서 원전 생태계가 다시금 회복하고 있어 원전 수출 시장 전망이 밝아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원자력기구(NEA)에 따르면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 배출량을 0으로 줄이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원자력 설비용량을 1160GW로 현재 대비 3배 늘려야 한다. 지난해 12월 개최된 '제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미국, 프랑스, 영국, 스웨덴, 한국 등 22개국이 2050년까지 세계 원전 설비용량을 2020년 대비 3배로 확대한다는 서약에 서명했다.
이처럼 글로벌 원전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예측됨에 따라 한국의 원전 수출 기회도 더 확대될 전망이다. 최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인터뷰에서 체코 원전 수주 이후 유럽과 아시아 바이어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스웨덴, 핀란드, 네덜란드, 슬로베니아, 노르웨이, 카자흐스탄 등을 꼽았다. 특히 황 사장은 "스웨덴, 핀란드, 네덜란드, 슬로베니아 등 고객들과의 계약이 더욱 가까워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 로베르트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가 이달 말 한국을 방문해 신규 원전 건설 계획 등을 우리 정부와 논의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5월 피초 총리는 유관 부처 장관들에 오는 10월까지 신규 원전 건설 계획 수립을 지시하고 한국, 프랑스, 미국 등에 계약 가능성을 열어둔 바 있다. 이에 야슬로우스케 보후니체 원전 단지에 1.2GW 규모의 신규 원전 건설 계획에 관심이 쏠린다.
또 체코 총리 특사 자격으로 한국을 방문한 토마쉬 포야르 체코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과 만나 "체코로서는 한국과 두코바니 원전 건설 사업 최종 계약을 체결하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또 "체코 정부는 원전 분야뿐만 아니라 산업, 투자, 방산, 교통, 연구개발(R&D) 등에 걸쳐 한국과 전면적인 협력을 강화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체코 신규 원전 사업은 두코바니에 2기 건설을 확정하고 이후 테멜린 지역에 2기를 추가로 건설할 지는 5년 이내 결정하게 돼 있다. 테멜린 지역 원전 건설이 결정되면 한수원이 우선협상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은다.
아울러 한수원은 폴란드에서 퐁느투프 원전 2기 건설 사업 수주도 준비 중이다. 2022년 12월 원전사업 기본계획을 제출한 바 있다. 한국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3세대 가압경수로 원전 노형인 APR1400 2기를 짓겠다는 구상이다. 올해 하반기 중 타당성 조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네덜란드 보르쉘 원전 프로젝트도 2025년 사업자를 선정한다. 각 1GW 이상의 보류셀 원전 2기를 짓는 프로젝트로 2028년 착공, 2035년 완공이 목표다. 한국과 네덜란드는 2022년 정상회담 개최 당시 원전산업이 양국 간 협력 잠재력이 높은 분야로 보고 원자력 협력 강화에 뜻을 모은 바 있다.
이밖에 2050년까지 원자력 24GW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는 영국은 2030년부터 5년마다 1~2기 건설을 승인 예정으로, 힝클리 포인트·사이즈웰 원전 건설을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