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 "수출-내수 간 양극화 심화, 한국경제 위험 요인"
코로나19·신종플루·조류독감 전파 우려로 내수시장 한파 우려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 현상과 동시에 감염병 확산 우려까지 겹친 가운데, 연초 시장 전망인 상저하고가 아닌 ‘상저하저’ 흐름이 두드러질 전망이다.
9일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최근 수출 호조를 바탕으로 경기가 개선되고 있으며, 이런 흐름이 내수로 진작돼 국내 소비자물가가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 전망했다.
산업부는 지난달(8월) 수출은 전년대비 11.4% 증가한 579억달러, 수입은 6.0% 증가한 540억7000만달러, 무역수지는 +38억3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특히 8월 수출은 올해 7월까지 지속되던 월별 2위 실적 흐름을 끊고 처음으로 역대 1위 실적을 달성했다.
김범석 기재부 1차관은 해당 성과를 두고 “수출 중심의 회복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8월 수출액이 역대 8월 기준 최대치를 달성하고 무역수지도 15개월 연속 흑자를 지속했다”며 “내수 회복속도는 아직 상대적으로 완만한 모습이나 수출호조가 내수로 점차 파급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향후 큰 공급 충격이 없다면 물가상승률은 당분간 현재와 비슷한 수준에서 안정된 흐름을 나타낼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수출 성과를 바탕으로 경기 흐름이 회복될 것이란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지만, 정작 주요 경제기관들은 향후 경기 전망을 부정적으로 전망하는 실정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경제 동향과 경기 판단 보고서를 통해 수출과 내수 간 경기가 양극화가 심화돼 한국경제의 위험 요인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2분기 수출은 전분기 대비 1.2% 성장했지만, 민간소비(-0.2%)와 건설투자(-1.7%), 설비투자(-1.2%) 등 내수 부문이 감소세를 보여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0.2% 역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3분기 시작부터(7월) 동행지수순환변동치는 98.4로 6월(99)보다 하락했다.
연구원은 “고금리·고물가, 소득 정체 등 구매력 여건이 개선되지 못하면서 소비 부문 침체가 계속되고 있다”며 “수출 경기 호조가 이어지고 있지만, 내수 시장 수요가 부진한 모습으로 이에 따른 양극화가 뚜렷하다”고 지적했다.
내수 업계에선 이번주 토요일부터 시작되는 추석 ‘황금연휴’를 맞아 특수를 노리고 있지만, 해외여행객 증가와 감염병 확산 우려로 기대 이상의 수익은 거두지 못할 것으로 본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코로나19 재유행은 지난달 말 정점을 찍고 2주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7월부터 8월 중순까지 증가했던 코로나19 표본감시 입원환자 수는 지난 35주(8월 25일~31일) 837명으로 정점(33주, 1464명) 대비 42.8% 감소했다.
다만 중증급성호흡기감염증으로 이어진 사례는 더 많은 데다가, 세계보건기구가 다음 팬데믹으로 신종인플루엔자를 유력하게 지목해 사실상 감염병 위기는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다. 특히, 최근 조류인플루엔자 인체감염증이 지속 보고되는 등 위험수위가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가을철 철새 유입 등 조류 인플루엔자 발생 위험이 시작되기 전에 선제적으로 준비할 필요성이 대두됐다. 조류인플루엔자는 양계장을 보유한 지역사회가 가장 우려하는 질병 중 하나로, 사태가 확산될 경우 일부 지자체는 외부인의 출입을 제한할 수 있다.
여행길이 막힐 수 있단 우려에, 국내 여행을 포기하고 해외여행을 떠나는 국민들은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또 팬데믹 이후로 명절 문화가 온·오프라인을 통한 선물 교환으로 변화하면서 지역 소상공인들은 귀성객 방문으로 인한 낙수를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또 제조단가는 올랐는데 소비자들의 씀씀이가 그대로인 점도 내수 침체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추석 선물 구매의향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56.2%가 '전년도와 비슷한 구매금액을 지출할 것' 이라고 답했다. 14.7%는 오히려 ‘줄이겠다’고 답변했다.
건기식 제조 기업 P사 영업 직원은 “원유가, 에너지가, 인건비, 해외 수입 원재료 값이 모두 올라서 제품에 따라 생산 단가가 5~10%가량 상승했다. 지난해와 똑같은 수량을 팔면 영업이익 면에선 손해 보는 것”이라며 “타 기업들이 추석 맞이 세일을 하는 상황에서, 우리만 가격을 올릴 수도 없고 양을 줄일 수도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