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해외로 떠난 이공계 인재 33만명
매일일보 = 서영준 기자 | 국내 신기술 분야 인력 수급이 2027년까지 30만명 가까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이공계 인력 수급에 비상등이 켜지고 있다.
정부는 최근 과학기술 인재 성장·발전 전략 보고서를 통해 3년 내 국내 신기술 중 디지털(16만 4000명), 바이오헬스(6만 8000명), 소재 부품(4만 2000명) 등 인력 수요가 공급을 초과할 것으로 예측되는 분야를 발표했다. 딜로이트의 분석에 따르면 반도체 분야에서도 3만명가량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3년 뒤에는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첨단산업 분야에서 30만명의 인력이 부족해진다는 뜻이다.
우수한 이공계 인재들의 자퇴나 해외로의 탈출 문제도 심각하다. 2021년부터 올 1학기까지 자퇴한 서울대 신입생 611명 가운데 공대생이 187명(30.6%)으로 가장 많았다. 이들 대부분 2학기에 자퇴했는데, 이공계가 의대 입시를 위한 중간 거점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카이스트에서도 최근 3년간 182명이 의학계열 진학을 위해 자퇴했다. 졸업 이후 처우 불만과 불안정한 정부 정책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아울러 2022년까지 최근 10년간 해외로 떠난 이공계 인재는 석박사 9만 6000명을 포함해 33만명이 넘는다. 지난해 미국의 고급인력 취업 이민비자(EB-1.2) 발급 건수를 보면 인구 10만명당 한국은 10.98명으로 인도(1.44명)와 중국(0.94명)의 10배나 된다. 이공계의 불안감이 '탈한국'으로도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과학기술계에서는 위기의 해법으로 '과학 자본' 확충을 제시하고 있다. 인구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과학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여 과학 관련 인재의 비율을 높이자는 것이다. 과학 자본은 과학에 대한 지식, 경험, 문화적 이해, 사회적 영향력 등 과학과 관련한 사회의 모든 지원 요소를 합한 개념이다. 교사, 인프라, 좋은 직업 등 과학 분야로 유인할 사회 전반의 자원(과학 자본)이 늘어날수록 국가 전체의 과학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정부도 이같은 문제 의식을 공감하며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 25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현재 연구·개발(R&D) 등 이공계 처우개선 대책이나 육성책이 구체성이 떨어진다며 특별 대책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유 장관은 무엇보다 과학기술인들을 존중하고, 국가가 인정해주는 문화가 확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장관은 "과학기술인에 대한 국가적인 예우나 사회적인 인식이 여전히 부족하다"며 "단순히 경제적인 보상만으로는 안되고 국가와 사회가 인정하고 존중해주는 토양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