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없는의사회, 글로벌 제약사에 “인슐린 펜 1달러 제공” 촉구
상태바
국경없는의사회, 글로벌 제약사에 “인슐린 펜 1달러 제공” 촉구
  • 이용 기자
  • 승인 2024.11.13 09: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국경없는의사회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국경없는의사회가 세계 당뇨병의 날(11월 14일)을 앞두고 제약사 일라이 릴리, 노보 노디스크, 사노피를 포함한 모든 인슐린 제조업체들에게 즉시 인슐린 펜을 1달러에 제공할 것을 촉구했다.

이는 중·저소득 국가 내 당뇨병 의료 도구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움직임으로, 전 세계 당뇨병 환자의 80%가 중·저소득 국가에 분포하고 있지만 인슐린 펜에 대한 접근성은 높은 가격으로 인해 매우 제한적인 상황이다.
국경없는의사회가 제안한 ‘1달러’는 ‘미국 의사협회저널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에 발표한 데이터에 기반한 것으로, 인슐린 펜의 가격은 이익을 포함해도 개당 약 0.94달러로 책정될 수 있다는 추정에 따른 것이다. 또한 노보 노디스크가 휴먼 인슐린 펜 생산을 중단할 계획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며, 필수적이고 인간 중심적인 인슐린 투여 방식에 대한 접근성은 더욱 제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라이 릴리, 노보 노디스크, 사노피가 당뇨병 시장을 독점한 상황에서 그들의 사업 및 제조 관련 결정은 인슐린 접근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들은 종종 최신 인슐린 제품의 가격을 자의적으로 높게 책정함으로써 전 세계 당뇨병 환자, 특히 인도주의적 구호 현장과 자원이 부족한 지역에서 인슐린 펜을 통한 실용적인 치료 접근을 가로막고 있다. 닥터 헬렌 바이그레이브 국경없는의사회 액세스 캠페인 비전염성질환 고문은 “100년 전, 인슐린을 발견한 과학자들은 모든 당뇨병 환자들이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단돈 1달러에 특허권을 넘겼다. 하지만 현재 전 세계 인슐린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절반만이 인슐린에 접근할 수 있는 현실을 보면, 무엇인가 심각하게 잘못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게다가 40년 전 한 의사가 딸의 당뇨병 관리를 위해 개발한 인슐린 펜은 고소득 국가에서는 표준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지만, 여전히 중·저소득 국가에서는 거의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오늘날 일라이 릴리, 노보 노디스크, 사노피가 이렇듯 당뇨병 치료제 접근성에 이중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충격적”이라고 덧붙였다. 국경없는의사회와 T1인터내셔널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당뇨병 환자의 82%가 주사로 투여하는 인슐린 바이알보다 인슐린 펜을 선호하는데, 이는 정확성과 편의성, 그리고 낙인 감소 효과 때문이라고 한다. 인슐린 펜은 당뇨병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으며, 현재 세계보건기구(WHO) 필수 의약품 목록에도 포함됐다. 그러나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인슐린 펜은 대부분의 중·저소득 국가에서 이용이 어려운 상황이다. 가격이 더 저렴해지고 공급이 늘어나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최근 미국 의사협회저널 네트워크 오픈에 발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인간 인슐린 펜 하나를 제네릭 기준으로 추정된 목표 가격인 약 0.94달러에 판매해도 이윤을 남길 수 있지만, 현재 남아프리카에서는 1.99달러, 인도에서는 5.77달러, 필리핀에서는 14달러, 미국에서는 90.69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는 특허를 받은 당뇨병 및 비만 치료제인 GLP-1 치료제(오젬픽과 위고비)를 펜 형태로 생산해 고소득 국가에서 고가로 더 많이 판매하기 위해 인간 인슐린 펜 생산을 중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많은 당뇨병 환자들이 기존 치료 방식을 조정하거나 주사기로 투여하는 바이알 형태의 인슐린을 사용해야 할 상황에 놓이게 된다. 가령 남아프리카에서는 2014년 공공 부문에서 주사기를 사용하는 바이알 대신 인슐린 펜을 도입했으나, 노보 노디스크가 정부에 인슐린 펜 공급을 중단하면서 올해 초 인슐린 펜 사용을 제한해야 했다. 캔디스 세호마 국경없는의사회 액세스 캠페인 옹호 활동 고문은 “모든 당뇨병 환자는 최고 수준의 치료를 받을 권리가 있다. 그러나 높은 가격으로 인해 인슐린 펜이 중·저소득 국가에서는 사실상 이용될 수 없다는 점은 용납할 수 없는 명백한 이중 잣대”라고 전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