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김승현 기자  |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폐기를 천명했지만, 야당 측 반대로 법안 통과가 불투명 하자 다시금 동결 카드를 꺼내든 모양새다.

19일 국토교통부가 국무회의에서 보고한 ‘2025년 부동산 가격 공시를 위한 현실화 계획 수정방안’에 따르면 오는 2025년 공시가격에 적용할 시세반영률은 올해와 같은 현실화 계획 수립 이전인 지난 2020년 수준(공동주택 69%·표준주택 53.6%·표준지 65.5%)으로 동결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물가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 등 국민적 부담이 큰 상황에서 기존 계획이 규정한 약 10~15%p 시세반영률을 그대로 적용하면 공시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한다”며 “이는 보유세나 부담금 증가나 복지 수혜 축소 등 현실화 계획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어 계획 수정이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그간 연구용역이나 국민 인식조사 등을 통해 현실화 계획 부작용을 이미 확인했다”며 “기존 계획에 따른 높은 시세반영률 적용이 불합리하다는 점과 국회 차원에서 논의가 마무리될 때까지 공시정책 변화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살폈다”고 밝혔다. 오는 2025년 부동산 공시가격 균형성도 강화할 방침이다. 시·군·구 단위 조사자가 입력한 공시가격(안)을 평가하고 균형성 평가 기준에 미달한 곳은 심층검토지역으로 선정한다. 이를 중심으로 균형성 낮은 부동산을 선별해 국민 부담이 최소화하는 한도 내에서 공시가격 균형성을 개선한단 방침이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오는 2035년까지 공시가격을 시세 90% 수준으로 인상하는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수립·발표했다. 현 윤석열 정부는 현실화율 인상에 따른 세 부담 증가와 시세와 공시가격간 역전 현상 문제를 해결하고자 현실화 계획 폐지를 천명한 상태다. 현실화 계획 수정방안 발표 직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한 한덕수 국무총리도 모두발언을 통해 이러한 뜻을 다시금 밝혔다. 한 총리는 “부동산 공시가격은 각종 조세나 부담금 및 건강보험료 부과 기준으로 매우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산정해야 한다”며 “다만 지난 몇 년간 부동산 정책 실패로 집값이 오르자 징벌적 과세로 이를 수습하려 했다”고 지적했다. 한 총리는 “공시가격을 매년 인위적으로 올린 결과 곳곳에서 부작용이 발생했고 국민 고통만 커졌다”며 “현실화 계획 폐지를 위한 부동산가격공시법 개정 역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러한 정부 의지에도 불구하고 다수 의석을 보유한 야권 반대에 연내 국회 처리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지난 9월 부동산 공시가격 산정체계 합리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부동산 공시가격 관련 법률 26조를 바꿔야만 가능한 것으로 여당 국민의힘 주도로 개정안이 발의됐다. 야당 더불어민주당 측은 강남 3구를 비롯한 서울지역 실거래가와 공시지가 괴리가 크다며 이를 반대했다. 지난 총선 때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법제화’를 공약으로 내건 만큼 부자 감세 등을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단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늦어도 이달 중 국회에서 협의가 이뤄져야 내년도 공시가격 준비가 가능할 텐데 걱정”이라며 “관건은 여당 국민의힘이 야당 더불어민주당을 설득해 법 개정에 나서는 것인데 현실적으로 야당이 이를 순순히 받아들일지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