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민원등급평가에서 최하등급을 받은 금융사들이 홈페이지 초기화면에 공시해야 할 등급표를 숨기거나 아예 공시 자체를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당초 금융감독원은 소비자보호 및 민원감축 유도를 위해 평가등급을 3개월간 해당 금융회사 홈페이지 초기화면에 공시토록 권고했으나 강제력이 없다는 이유로 일부 금융사들은 이를 무시하고 있다.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4월 전국 85개 금융회사에 대한 민원발생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4등급(미흡)과 5등급(불량) 등급을 받은 금융사에 대해서는 결과를 영업점 입구와 홈페이지에 3개월 간 공시토록 했다.그러나 금융사들의 반발로 영업점 입구의 ‘빨간 딱지’가 시행 한 달 만에 ‘자율’로 바뀐 가운데, 홈페이지 공시 역시 ‘없던 일’이 되어가고 있다.당시 은행권에서는 신한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이 4등급을, 국민은행과 농협, 한국SC은행이 5등급을 받았다. 그러나 이 중 ‘눈에 띄는 위치’에 공시를 마련해 놓은 곳은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씨티은행 정도다.농협은행과 SC은행의 경우 첫 화면이긴 하지만 홈페이지 최 하단 다른 공지 사이에 해당 공시를 배치해 뒀다. 통상 사용하는 메뉴들이 상단에 있는 만큼, 특별한 용무가 없을 경우 고객들은 홈페이지 하단으로 스크롤을 끝까지 내리지 않는다.5등급을 받은 롯데카드는 같은 등급을 받고 결과를 제대로 공시한 신한카드와는 달리 홈페이지 우측에 금융감독원 민원발생평가 결과라는 선택지를 만들어 놓고, 이를 클릭해야 ‘불량’이라는 결과를 확인할 수 있게 했다.
4등급을 받은 동양생명과 라이나생명, 5등급을 받은 에이스생명과 우리아비바생명은 해당 공시를 홈페이지 최하단에 배치하는 ‘꼼수’를 부렸고, 알리안츠생명과 ING생명은 첫화면 공시 자체를 하지 않았다. 악사 손보의 경우 화면 중간 아래에 배치해 스크롤을 내려야 해당 공시를 확인할 수 있게 했다.증권사의 경우 공시 권고 자체를 무시하는 경향을 보였다.대신증권(4등급)의 경우 화면 하단의 움직이는 메뉴 사이에 공시를 숨겨 뒀고, 동부증권(5등급) 역시 이동식 메뉴 사이에 공시를 배치했다. 하나대투증권(4등급)과 한국투자증권(4등급), 동양증권(5등급)은 첫화면 공시를 아예 하지 않았다.4등급을 받은 HK저축은행은 공시를 하단에 배치했고, 5등급을 받은 친애저축은행은 첫 화면 공시를 하지 않았다.이 같은 공시 권고 위반에 대해 해당 금융사들은 홈페이지 디자인 구조 상 임의의 상설 코너를 만들기 부적합해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일부 금융사는 또 내부 업무자료 코너에 민원발생평가결과를 따로 공시해 둔 만큼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문제는 실제 금감원의 권고를 무시한 이들 금융사에게 공시를 강요할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금융감독원 소비자보호총괄국 관계자는 “일부 금융사들이 공시를 하지 않는다는 점은 알고 있으나 홈페이지 민원발생평가 공지는 금융당국의 요청사항이니 만큼 이를 지키지 않았다고 해서 별도의 제재를 가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