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국내 은행 보유 유동성자산, 신용도 높아”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은행들이 현금·국채 등 유동성이 높은 자산을 충분히 보유토록 하는 단기유동성비율(LCR) 규제가 강화돼도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효과에는 별다른 영향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다만, 한은이 환매조건부채권(RP) 매매가 가능한 적격증권의 범위를 고(高) 유동성자산이 아닌 자산으로까지 확대하면, 은행의 LCR 수준을 높여 유동성을 개선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현열 한은 금융규제팀 차장은 21일 발표한 ‘LCR과 통화정책 간의 상호작용 경로’ 보고서에서 이러한 연구 결과를 밝혔다.LCR은 은행이 뱅크런 등으로 30일간 단기 유동성 위기가 이어져도 외부지원 없이 자체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충분한 고유동성자산을 보유토록 하는 규제다.이 규제에 따라 은행들은 현금, 지급준비금, 국채 등의 고유동성자산을 위기상황에서 30일 이내에 발생할 수 있는 순(純) 현금유출액만큼(100%) 보유하거나, 더 많이 갖고있어야 한다.LCR은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가 은행의 유동성위기 관리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한 것으로, 한국을 포함한 각국이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해야한다.
현재 학계와 BCBS 내부에선 LCR 시행 이후 나타날 수 있는 은행들의 자산 및 부채관리 행태 변화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신 차장은 “LCR 규제로 시장에 유통되는 국채 등 고유동성자산의 양이 감소할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위기 때가 아닌 평상시에도 최종 대부자로서 중앙은행의 유동성 지원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신 차장은 “중앙은행이 인정하는 적격담보의 범위가 LCR 규정상 고유동성자산보다 넓을 경우 은행들이 신용도가 낮은 자산을 우선적으로 담보로 제공해 중앙은행이 신용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단기 자금 조달구조가 바뀌면 채권 수익률 곡선이 스티프닝(장기물 채권금리가 높고, 단기금리가 낮은 것)해지면서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약해질 가능성도 있다.그러나 분석 결과 한국 8개 은행의 LCR은 지난해 12월 현재 128.2%로 안정적이어서 이런 우려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신 차장은 “국내 은행의 LCR 수준이 최저 기준인 100%를 여유 있게 넘어서고 있고, 보유한 고 유동성자산도 신용도가 매우 높은 자산 위주로 구성돼 있다”고 평가했다.그는 오히려 “시장 전반적으로 유동성 사정이 악화될 때 한은이 RP 매매 대상 적격증권의 범위를 확대하면 유동성 개선과 동시에 은행 LCR이 높아지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이런 조치가 금융시스템의 건전성을 높이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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