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앞세워 시간 끌기” VS. “소명절차 길어졌을 뿐”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KB금융에 대한 금감원의 제재가 또다시 연기되면서 이를 둘러싼 잡음이 확대되고 있다.특히 제재심의 결정이 늦어질수록 경영진에 대한 징계 수위가 낮아질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돼 KB금융의 법률대리인을 맡고 있는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후방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라는 주장도 재차 힘을 얻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24일 임시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처리되기로 했던 KB금융 안건에 대한 제재 결정은 내달로 연기될 전망이다. KB금융 측 소명 인원만 40여명에 달하기 때문이다.현재 금감원은 추가 제재심의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그러나 3번이나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도 해당 건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렵게 됐다.이렇듯 당초 7월 중 제재심의 완료를 공언했음에도 일정을 계속 연기하는 이유는 충분한 소명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최종구 금감원 수석부원장의 강한 ‘의지’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금감원의 태도가 감사원과 충돌을 피하기 위한 현실적인 선택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감사원 측은 현재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의 주요 징계 사유였던 신용정보법 위반에 대한 금융위원회의 유권해석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국민카드가 분사 당시 신용정보법에 따른 승인을 얻지 않고 국민은행 고객정보를 가져간 점에 대해 임 회장을 징계할 방침이었다. 그러자 감사원은 현행 금융지주회사법에서는 금융지주회사 등이 개인신용정보를 그가 속하는 금융지주회사 등에게 영업상 이용할 목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이를 저지했다.문제는 감사원의 이 같은 징계 저지 논리를 제공한 것이 KB금융 측의 법률대리인인 김앤장이라는 점에 있다.시민단체들은 김앤장이 전직 고관들로 고문단을 꾸려 후배들이 근무하고 있는 행정부와 사법부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현재 감사원 감사위원을 역임한 박종구를 포함해서, 서울지방국세청장을 지낸 전형수, 국세청 차장 출신 허병익, 환경부 장관을 지낸 이규용 등 20명이 김앤장 고문으로 포진해 있다는 점이 이 같은 사태의 근본 원인이라는 것이다.홍성준 투기자본감시센터 사무처장은 “법원도, 공적인 기관도 아니고 문제의 임영록을 법적 대리하는 변호사일 뿐인데도 감사원이 일방적으로 김앤장의 주장에 근거해서 정상적인 행정을 하는 금감원을 막는 것은 정상적인 행정으로 볼 수 없다”며 “사상 초유의 정보유출 사건과 ‘모피아’ 출신 낙하산 인사들 간의 파벌 싸움 등으로 금융소비자들을 우롱하고 금융기관의 신뢰를 땅에 떨어뜨린 임영록에 대한 징계를 두고 시간만 끌고 있다는 점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이에 금감원 측은 이번 제재연기는 외부적 압력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금감원 관계자는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행장에 대한 중징계 방침은 변함 없다”며 “충분한 소명시간을 주고자 하는 것인 만큼 확대해석은 말아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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