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경제 침체 ⑤] 가계부채, 브레이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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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물경제 침체 ⑤] 가계부채, 브레이크가 없다
  • 배나은 기자
  • 승인 2014.11.06 13: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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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정책에 부채 증가속도 가속...해결책도 ‘부재’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가계부채의 증가세가 심상치 않은 흐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이를 방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6일 금융권에 따르면 가계부채는 지난 6월말 기준 1040조원으로, 1년 전보다 6.2% 증가했다. 2012년과 지난해 가계부채 증가율이 각각 5.2%와 6.0%임을 고려하면 부채 증가속도가 지속적으로 빨라진 것이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 역시 6월말 현재 135.1%(추정치)로, 지난해 말(134.7%)보다 증가했다. 명목 GDP 증가율도 3.5%에 그쳤다. 소득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빚이 불어나고 있다는 의미다.국제비교 기준에 따른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160.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37.8%보다 높았다. 미국에서 이 비율이 127%일 때 서브프라임 위기가 발생했다.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이미 임계치를 넘어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의 분석 자료에 따르면 개인 부채(한은 자금순환표 기준)는 1219조원으로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85.4%에 달한다. 세계경제포럼(WEF)은 개인 부채의 임계치를 GDP의 75%로 보고 있다.부채의 질도 악화되고 있다.국회 정무위원회 간사인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7년말에는 가계부채 총액 665조4000억원 중 은행권 대출이 54.7%(363조7000억원), 비은행권 대출이 29.8%(198조1000억원)이었다. 그러나 2014년 상반기 전체 가계부채 1040조원 가운데 은행권 비중은 47.1%(489조6000억원)로 7.6%p 줄어든 반면 비은행권은 3.5%p 늘어난 33.3%(346조4000억원)이었다.부채의 양과 질이 모두 악화하면서 채무조정 신청 인원도 급증하고 있다. 신용회복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채무조정 신청건수는 2만1073건으로 지난 2분기 2만394건에 비해 증가했다. 이 가운데 개인워크아웃 신청자가 1만7157건, 프리워크아웃 신청자가 3556건이었다.신용회복위원회는 올해 4분기에 채무조정 건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가계부채의 60% 가량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하고 있어서다.개인 회생 신청자도 사상최초로 10만 명을 넘어섰다. 법원행정처는 2014년 사법연감을 통해 지난해 개인회생 신청건수는 10만5800여 건이라고 밝혔다. 개인회생 신청건수는 2010년 4만6000여 건까지 줄었다가 1년 뒤 6만5000여 건으로 늘었고, 2012년에는 9만여 건으로 급증했다.
이 와중 정부의 LTV(주택담보대출비율)과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완화 이후 지난 8~9월 두달 간 가계대출은 11조원이 늘었다. 이 가운데 8조3000억 원은 주택담보대출로 지난해 같은 기간 3조4000억 원의 2.4배를 넘고 있다. 상당부분이 주택구입 목적 이외의 생활비 목적 담보대출로 분석돼 향후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빚을 갚거나 생활비 등 생계 목적으로 사용하는 가계도 급증하고 있다.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신규취급액 중 주택구입 목적의 대출은 48.7%에 불과했다. 주택 담보대출금 가운데 절반 이상(51.3%)이 주택 구입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사용된 셈이다. 특히 생활비가 부족해 빌리는 생계자금 용도는 2011년 4.9%에서 지난해 10.8%로 최근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최경환 경제팀의 부동산 활성화 정책이 부동산을 살리기보다는 주택담보대출만 늘려 개인부채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든 셈이다.이처럼 곳곳에서 정책실패에 따른 위험신호가 감지되고 있음에도 정부 관계자들은 여전히 낙관론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정부의 부동산 규제완화와 저금리 기조가 가계부채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는 별 문제가 없다’는 식이다.실제 국회 국정감사 마지막날에 열린 종합국감에서 야당의원들이 가계부채 급증에 대한 정부의 대책을 따져물었을 때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각심을 갖고 관리하겠지만 현재 가계부채는 감내할만한 수준”이라고 답했다. 구체적인 관리 방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정홍원 국무총리도 국회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1000조 원을 넘어선 가계 부채에 대해 “관리가 가능한 수준”이라며 “경제 성장률 범위에서 관리하는 것으로 이해해달라”고 답변했다. 정 총리는 해당 질문에 대해 원고가 없어 제대로 답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여 한국경제의 최대 시한폭탄으로 꼽히는 가계부채 문제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는 지적도 받기도 했다.이 와중 한국은행은 한국 경제의 최대 뇌관으로 불리는 가계부채 문제에 대한 분석량과 비중을 절반으로 줄여 도마에 올랐다.

지난해 10월에 제출된 금안보고서는 전체 179쪽 중 23.5%인 42쪽을 가계부채 분석에 할애했으며 가계 부채의 최대 취약계층인 자영업자 부채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룬데 반해 올해 10월 금안보고서 분량은 118쪽으로, 이중 가계부채와 관련된 내용은 전체 분량 중 14.4%인 17쪽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전체 분량 뿐 아니라 내용의 부실함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소득 대비 부채 증가율 속도가 여타 국가들에 비해 빠른 데다, 부채비율도 높고,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부채 부실화 위험도 높은데도 가계부채가 단기간내 대규모로 부실화될 위험이 크지 않다는 분석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김현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정부가 단기적인 경기 부양책에만 매달리다 보면 이 모든 부담이 결국 중산층과 서민들의 몫으로 되돌아 올 수 밖에 없다”며 “지금 가계부채는 한겨울이 아니라 이미 시베리아 얼음판”이라고 지적했다.오제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소득증가율보다 부채증가율이 높은데다 단기부양책인 부동산 대출규제완화, 금리인하 등과 맞물리면서 가계부채 문제는 더욱 심각해 질 것”이라며 “가계부채 급증에 대한 분석과 함께 대책마련이 있어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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