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헷지펀드(Hedge Fund)
우리나라에서도 고도성장기에는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부동산을 구입하고 이것을 담보로 또다시 대출을 하여 다시 부동산을 구입하여 자산을 증식하는 연금술과 같은 행위가 행해졌지만, 미국에서는 60년대부터 소액자금으로도 레버러지(지렛대) 효과를 이용하여 막대한 투자 포지션을 구축한 후, 거액의 리턴을 노리는 일들이 벌어졌다. 현재는 세계에 약 1만개의 헷지 펀드가 존재하고 있고, 순자산총액은 1조 달러를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나 레버러지로 인해 그의 100배, 1000배에 해당하는 거액의 돈이 금융시장에서 꿈틀대고 있다.
헷지펀드라고 하는 것은 본래 펀드매니저가 사적으로 부유층이나 기관투자가로부터 거액의 자금을 모아 운용하는 투자신탁이다. 사적인 운용이므로 정보공개의 의무가 없으며, 원금보장에 대한 규제를 받지도 않아 자유로운 운용이 가능하다. 이전에는 금융기관들이 소액자금을 공모하는 일반적인 투자신탁과는 구별되었으나 현재는 그 경계가 애매모호해지고 있다. 골드만 삭스와 같은 대형 증권회사가 조성하거나, 금융기관이 일반 고객들로부터 소액자금을 모아 그 일부를 헷지펀드에 출자하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미국의 금융시장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각지에서 막대한 자금이 투자처를 찾아 모여들고 있다. 불과 수년 전까지 이들 자금은 부동산 시장에 속속 유입되어 부동산 거품을 발생시켰고, 이러한 외부적인 배경하에서 신용도가 낮은 저소득층에게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을 판매했다가 부동산 시장의 하락과 함께 발생한 것이 저번호에 다루었던 서브프라임 모기지사태발 금융위기이다. 하지만 이도 잠시 이번에는 원자재 시장에 이들 자금이 흘러 들어가 거품을 발생시키고 있다.
헷지 펀드는 절대적 수익 확보를 목표로 하여 벌기만 한다면 무엇이든지 손을 대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그들은 커다란 리턴을 얻을 가능성이 있는 반면, 운용에 실패하면 원금이 없어지는 것은 고사하고 순자산을 훨씬 뛰어넘는 자금을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파탄의 영향이 주위로 파급되게 된다. 서브프라임사태 이후 거의 매일 여러 개의 헷지펀드가 파산하고 있으며 그 영향이 전세계 금융시장에 퍼지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2008년 3월 14일에는 미국내 5대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가 유동성위기를 시인하였다. 동사의 순자산은 8천억 달러에 불과하였으나 레버러지로 인해 13조 4천억 달러라는 어처구니없는 투자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대로 도산시키면 미국 전체의 금융위기로 발전할 수밖에 없었으므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연쇄적 도산을 막기 위해서 300억 달러의 특별융자를 하여 구제하였으나, 유동성위기 시인 불과 이틀 만에 JP모건체이스에게 주당 겨우 2달러, 총2억3620만달러라는 굴욕적인 가격으로 인수되었다. 리먼 브러더스의 경우도 이와 같이 긴급융자를 받았으나 결국은 파산했다.
원래 헷지 펀드의 헷지(Hedge)란 시장가격의 안정화에 기여하고 리스크를 회피하고자 하는 의미이지만 실제로는 원자재가격 폭등을 부추기고, 금융불안을 높이는 존재가 되고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로 기존의 헷지펀드들이 구제금융이나 파산의 길을 걷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새롭게 원유나 곡물에 투자하는 헷지펀드가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는 것이 오늘날의 미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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