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수출기업들, 채산성 악화 가능성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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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수출기업들, 채산성 악화 가능성 높아”
  • 배나은 기자
  • 승인 2015.08.16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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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보고서 “환율손실 감수하고 시장점유율 유지”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선진국의 양적완화 조치로 지난 몇 년간 원화 가치가 크게 오른 동안 국내 주요 수출기업이 해외시장에서 높은 판매율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채산성 악화를 감수한 현지가격 유지 때문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1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황광명 국제국 차장과 이예일 조사역은 한은 조사통계 월보에 게재한 ‘우리나라 수출가격에 대한 환율전가 결정요인 분석’ 보고서에서 환율 변동과 수출가격 간의 관계를 분석해 시장지배력이 높은 수출기업일수록 오히려 환율전가를 하지 않는다는 결과를 얻었다.
‘환율전가’란 환율이 변동했을 때 수출 혹은 수입 가격이 변화하는 정도를 말한다.원/달러 환율이 10% 하락(원화가치 상승)했을 때 우리 수출기업이 미국 시장에서 판매하는 자동차의 달러 표시 가격을 10% 높인다면 환율 변화를 100% 가격에 전가시켰다고 볼 수 있다.현실에서는 타국 제품과의 경쟁 등을 이유로 환율 변화를 현지 제품가격에 온전히 전가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다만 시장점유율이 높은 기업일수록 시장지배력이 커져 환율전가를 할 여지가 크다는 것이 학계의 전통적인 견해다.그러나 국내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한 황 차장의 분석에서는 이런 일반적인 견해와 상반된 결과가 나왔다.시장점유율과 환율전가 정도가 뚜렷한 음(-)의 상관관계를 나타낸 것이다.
즉, 시장점유율이 낮은 수출기업은 오히려 환율 변동을 가격에 반영하는 반면, 해외에서 시장지배력을 행사하는 1등 수출 기업일수록 환율 변동을 현지 제품가격에 반영하는 일을 꺼린다는 것이다.황 차장은 “시장점유율이 높은 국내 수출기업일수록 마진율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환율 변동 시 현지 가격을 크게 변화시키지 않는 시장전략을 취한다”며 “이는 기업들이 기존에 점유하고 있던 시장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더욱 노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이런 분석 결과는 전자제품 등 일부 품목 수출의 환율 민감도가 낮아진 것이 단순히 품질이나 브랜드 등 비가격적 경쟁력의 개선에 의한 것이 아님을 시사한다.황 차장은 “선진국의 양적완화 정책 이후 원/달러 환율 하락 압력이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수출기업들은 낮은 환율전가로 채산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물가와 국가별 교역규모를 고려한 한국의 실질실효환율은 2007년 11월만 해도 130(2010년 기준 100) 수준이었으나,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말부터 2012년 하반기까지는 90대로 떨어질 만큼 원화 가치가 상대적으로 높은 시기를 겪었다.이는 원화 가치가 크게 오른 동안 주요 수출기업들이 표면적으로 시장점유율을 유지하는 대신 안으로는 수익률 하락을 경험했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황 차장은 “넓은 국내시장의 존재는 해외 부문으로부터의 충격을 완화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며 “열악한 대외 경제 여건에 대응하고 우리 수출기업의 생존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내수 증진의 필요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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