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 예고냐, 추가인하 기대감 차단 포석이냐
[매일일보 정두리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미국의 금리인상 여부 결정을 앞두고 최근 ‘매파’(통화 긴축 선호)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연달아 쏟아내 그 의미를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중앙은행 총재는 금리 조정 등 통화정책과 관련해 시장과 소통하면서 주요 발언을 통해 향후 정책 방향을 시사하는 ‘신호’를 던지곤 한다.
이 총재는 지난 11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기로 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현재의 금리수준은 경기회복을 뒷받침할 수 있는 완화적인 수준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실물경제활동에 영향을 주는 국내 시장금리나 은행대출금리가 미국보다 낮은 수준이어서 경기 회복을 지원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얘기다.그는 “지금도 현 금리수준하에서 대출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고 M2(광의통화) 증가율이 상승해서 이제 9%를 웃돌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이 총재는 또 “올 국내 경제성장률이 2%대 초반까지 낮아질 것으로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면서 “한은의 올 성장률 전망치인 2.8%는 목표치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올 성장률을 전망치인 2.8%에 맞추려고 금리를 낮추는 등 통화정책을 운용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이 총재는 “7월, 8월의 일부 지표 흐름으로 비춰볼 때 국내 경기가 7월에 전망했던 성장경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면서 추가 조치의 필요성을 차단하기도 했다.이 총재는 지난 7월 기자회견에서도 경기가 전망경로에 부합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으며 전망치 2.8%는 목표치가 아니라고 말한 바 있다.이 총재의 이런 발언은 금융시장 일각에서 제기되는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작년 8월과 10월, 올 3월과 6월 등 4차례에 걸쳐 연 2.5%의 기준금리를 1.5%로 1.0%포인트나 끌어내렸으므로 금리를 더 내리기 어렵다는 신호를 주는 것이란 얘기다.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예고돼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 총재의 이런 발언은 중장기적으로 금리가 인상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시사하면서 각 경제주체가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미국이 금리 인상을 시작하면 내외 금리차 축소와 외국인자금 이탈 가능성을 고려할 때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미 1130조원을 넘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가계 빚도 추가 금리 인하의 걸림돌이다.현재 시장에서는 미국 금리 인상이 12월로 미뤄질 경우 국내 경기 회복을 위해 한은이 10월에 금리를 추가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과 국내 금리의 추가 인하는 물 건너갔다는 전망이 팽팽하게 맞서 있다.박종연 NH투자증권 채권전략팀장은 “경기부양의 필요성으로 금리 인하 가능성은 열려 있으나 연내 인하가 현실화되려면 외국인 자금 이탈 우려가 줄어들고 외환시장이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야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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