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남성은 성폭행을 당할 리가 없다’는 사회적 통념에 수치심을 느끼고 있으며 마땅히 하소연할 곳마저 드물다. 또한 성폭행 관련 법규에서 조차 외면 받고 있는 실정이다. 몇 몇 시민단체들은 이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관련 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국회나 정부는 법을 제정해야 할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다.
뒷짐만 지고 있는 정부와 시들해져 버린 여론
지난 28일 서울 강남의 한 사우나에서 김 모(44세)씨는 동성의 한 남성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 경찰에 따르면 가해자 최 모(34세)씨는 이날 오전 3시 경에 서울 강남의 한 사우나에 들어가 이곳에서 잠을 자고 있던 피해자 김씨에게 접근하여 김씨의 가슴과 성기를 만지는 등의 성행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술에 취한 최씨는 김씨를 보고 갑자기 성욕을 느껴 범행을 저지르게 됐다고 진술했다. 이런 어이없는 상황에 피해자 김씨는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경찰은 이 사건을 불구속 처리하여 최씨를 귀가 조치시켰다.
경찰 관계자는 최씨가 현재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있으며 피의자가 초범인 점을 감안하여 순간 적인 실수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단. 불구속 조치를 취했다고 전했다.
요즘 늘어나는 성범죄에 여론이 들끓고 있지만 정작 동성에게 성폭력을 당한 남성 피해자들은 법으로부터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형법에서 강간의 대상을 부녀자로만 규정해 놓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러한 이유로 가해자에게 3년 이상의 형을 선고할 수 있는 강간죄가 아닌 그보다 형량이 적은 강제추행죄가 적용 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러한 사건을 겪을 때 마다 사건을 처리할 마땅한 법이 제정되어 있지 않아 난감하고 황당하다고 덧붙였다.
1년 전 한 남성이 동성으로부터 6개월 동안 감금당한 채 성폭행을 당한 사실이 언론에 알려졌다. 당시 피해자 정 모(21)씨의 몸은 바싹 마른 상태로 살인과 자살 충동을 느낄 정도로 몸과 마음이 망가져 있었다.
가해자 이 모(34)씨는 이전에도 아동 성추행건으로 전과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성폭행을 일삼아 왔다. 이런 이씨에게 적용할 동성 강간 관련 법규는 존재하지 않았고 성폭행과 관련돼서는 소홀히 다뤄지고 넘어간 사실이 세상에 알려졌다.
이 당시 시민단체와 네티즌은 이를 강력 반발하여 현존 성폭행 관련법을 개정하는 서명운동과 가두시위를 벌이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년이 지난 지금. 영등포의 한 법률전문가는 현재도 정부나 국회에서 이 법안에 대해 입법 추진 중인 사항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과거에 열성을 보여 주던 시민단체를 비롯한 국민들은 현재 이 문제와 관련해 그 어떤 행동도 보여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의 고통은 계속되고 있지만 여론이 한번 지나가 버린 현재. 이미 사그라져 버린 반응과 시민들의 무관심은 정부와 국회에 어떠한 대답도 얻지 못한 채 이들을 잊혀지게 만들었다.
성폭행 피해 남성들을 2번 울리는 사회적 통념
우리나라에서 남성이 성폭행을 당했다고 하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성폭행의 피해자는 항상 여자라는 통념 말이다.
‘인권시민실천연대’의 허창영 간사는 “‘남자가 성폭행을 하면 했지 성폭행을 당할 리가 없다. 남성이 남성을 성폭행 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식의 사회적 통념이 남성성폭행 관련 입법 추진을 막고 있다”고 전하며 덧붙여 “사회적으로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판단하는 정부나 국회에서 선뜻 나서서 입법을 추진 할 리 없다”고 전했다.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는 소수성적피해자들의 인권이 사회와 국가로부터 외면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사실 남성 성폭력 피해자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은 그리 곱지 만은 않다. 동성에게 그것도 남자가 성폭행을 당했다는 사회적 시선은 이들을 피해자가 아닌 하나의 가십거리로 바라보는 것이 현 실정이다.
성폭행 피해 남성들은 이러한 사회적 인식 때문에 누구에게도 선뜻 하소연을 하지 못하고 수치심을 짊어지고 살아가고 있다.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세상의 인식과 비뚤어진 사람들의 시선은 이들을 2번 울리고 있다.
이들은 엄연한 피해자고 보호 받을 권리가 있다고 허창영 간사는 전했다. 허 간사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하루 바삐 소수성적피해자들을 바라보는 잘못된 사회적 통념을 버려야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현재 국민들이 이와 관련된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지 않지만 만약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사회적 통념을 바꾸는 전환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요즘 성폭행관련 소식이 여론을 타고 국민들에게 큰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아동 성폭행 살인범, 발바리 등 성폭행과 관련된 여론이 집중 부각되면서 시민들의 관심은 그 어느 때 보다 커져 있고 그에 대한 비난 또한 그 어느 때 보다 거세다.
하지만 이런 여론의 집중 조명 속에서도 남성 성폭행 피해자들은 소외되고 있다. 이들의 인권을 위해서 한시 바삐 관련 법 개정과 동시에 사회적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와 피해자들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한 경찰 관계자는 요즘 찜질방과 같은 대중 사우나뿐만 아니라 사회 곳곳에서 동성 성폭행 사건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피해자들을 위한 법률이 하루 바삐 제정되어 피해자들이 더 이상 가슴 아파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재필 기자([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