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비리 '정대근 게이트?' '재계 초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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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비리 '정대근 게이트?' '재계 초긴장'
  • 이재필 기자
  • 승인 2006.05.1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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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대부터 3대째 연이은 비리에 '사금융으로 전락'
재계는 농협 비리사건이 정대근 게이트로 확산 될 것으로 보고 집안 단속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대검 중수부는 정대근 농협중앙회 회장에 대해 전격 수사를 확대함으로써 사안에 따라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써 농협은 초대 민선 회장인 정호선 씨를 비롯하여 전임 회장인 원철희 회장까지 3대가 전부 비리와 연루 되게 됐다.

특히 이번 사건의 정 회장은 1975년 경남 삼량진 농업협동조합장을 시작으로 93년 농협중앙회 비상임 이사를 거쳐 99년 지금의 농협중앙회 회장에 민선으로 선출돼 7년째 연임 중에 있는 지역 단위 조합장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중앙회장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이런 정 회장의 비리는 농협의 신뢰도를 다시 한 번 바닥에 떨어뜨렸다.

또한 정 회장의 무리한 금융사업 확장도 문제가 되고 있다. 농협은 세종증권을 인수, NH투자증권을 출범한데 LG카드 인수에도 적극적인 의욕을 보여왔다.

이에 따라 총수를 잃어버린 농협은 LG카드 인수를 비롯한 신용 · 경제 부문의 분리 등 각종 현안이 남아 있는 가운데 선장 없이 항해를 하게 됨에 따라 자체적으로 긴급 대책에 나섰다. 몽골 출장길에 올랐던 김동해 농협중앙회 전무가 지난 10일 조기 귀국하는가 하면 올해 추진해왔던 금융권 최대 규모의 업무프로세스재설계 프로젝트를 중단시켰다. 또한 당초 10일 예정돼 있던 사업자 발표를 무기한 연기 한 것이다.

어쨌든 정 회장의 비리 사건으로 농협이 ‘농민을 위한 농협’보다는 개인을 위한 ‘농협’으로 전락한 것이다.

초대 민선 회장인 정호선씨의 경우 지난 94년 3월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검찰에 구속됏고 원철희 전 회장도 재임 기간 중 6억원의 비자금을 조성, 3억여원을 횡렴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 2003년 대법원에서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농협은 이미 초대 회장부터 ‘현 회장까지 개인비자금’창구로 이용돼 왔던 것이다.

이번 사건이 붉어지기 전까지 정 회장은 그전의 회장들과는 다르게 잡음이 일지 않아 농협은 안정을 찾아 가며 신뢰도를 회복하는 듯했다. 그러나 믿었던 정 회장이 비리 혐의로 체포됨으로써 농협의 도덕성은 다시 한 번 바닥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이 같은 농협의 잇단 부패 스캔들은 태생적·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농협이 금융기관이 아닌 ‘생산자단체’여서 금융감독원 등의 감시·감독을 받지 않는 데다 거대한 조직에 방만한 경영이 만연돼 있다는 것이다.

민주노동당 이창한 정책연구원은 “지역조합이 예산을 더 받기 위해 중앙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중앙회장에 대한 견제장치가 사실상 없다”며 “농협이 농림부 산하기관이다 보니 금융부문에 대한 금감원의 감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전했다.

정 회장은 농협을 ‘종합금융그룹’을 세운다는 목표로 따라 농협공제의 보험업 전환을 추진 했고 이로 인해 보험업계와 마찰을 빚어왔었다.

또한 농협의 본래 기능인 농축산물 유통, 판매 지원 등 경제 사업은 뒤로 한 채 세종증권을 인수하여 NH투자증권을 출범시키는가 하면 이번엔 LG카드에 눈독을 들이는 등 농협의 입지를 높이고자 하고 있다. 이러한 정 회장의 경영을 금융계에 많은 적을 만들었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농협이 무리한 사업 확장을 추진하면서 적을 많이 만들고 있다. 이는 이번 정 회장 비리사건에서 금융권 관계자들이 비리를 캐내기 위해 열을 내고 있는 이유이다”라고 전하며 무리하게 금융 사업 확장을 욕심내는 정 회장의 행동을 지적했다.

이러한 정 회장의 욕심은 검찰 수사라는 큰 암초에 부딪쳐 난관을 맞게 된 것이다.

LG카드의 매각주관사인 산업은행이 LG카드 인수 작업과 관련된 소음들을 미연에 방지하고 깨끗한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서라도 농협보다는 신한 금융에 더 큰 힘을 실어줄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정 회장으로선 이번 비리사건으로 다잡았던 대어를 놓치게 된 셈이다.

농협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7월 농협법 개정으로 중앙회장이 비상임직으로 바뀌고 사업부문별 대표이사 체제가 도입되었기 때문에 당면 사업 추진에는 별문제가 없다.”라는 입장을 밝히며 LG카드 인수에 대해 정상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정 회장의 체포는 개인비리로 인한 것이지 농협 전체의 문제는 아니다”라는 입장을 표명하며 LG카드 인수를 비롯한 각종 사업에 영향을 미칠 대외 이미지 손상을 우려하고 있었다.
반면 인수를 놓고 농협과 힘겨루기를 하던 신한 금융은 농협에 비해 한결 여유로운 반응을 보여주고 있다.

신한금융지주의 이인호 사장은 1분기 실적발표회장에서 “LG카드 인수가 신한 금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굳이 인수를 고집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비리로 정신없는 농협과는 다른 느긋한 반응을 보였다.

이재필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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