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로 만든 '국민방독면'...쓰는 것이 더 치명적, 국민 목숨 위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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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세로 만든 '국민방독면'...쓰는 것이 더 치명적, 국민 목숨 위협해
  • 이재필 기자
  • 승인 2006.05.1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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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급 물량 절반이 유독가스 막지 못해 쓰나 마나한 불량 방독면 충격
▲ 불량으로 판명난 삼공 물산의 국민 방독면
국민들의 안전을 위해 보급되었던 국민 방독면 상당수가 제 기능을 못하는 불량품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소방방재청 조사 결과 불량 방독면은 전체 보급물량 116만 4천 892개중 35.5%에 해당하며 이는 화재 발생 3분 이내에 일산화탄소 농도가 안전 기준치 350ppm을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량 방독면 제조업체인 삼공물산은 지난 2004년에도 이와 같은 불량 방독면 납품 비리 등으로 수사를 받은 바가 있다. 그럼에도 이번 불량 방독면이 발견된 것과 관련해 재조사와 관계자의 처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삼공물산 측은 위의 조사결과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불량 방독면이 아니란 사실을 증명할 어떠한 증거 자료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에서는 "불량방독면 양산에 국민혈세를 투입해 예산을 낭비한 소방방재청에 대해 감사원 감사를 청구하겠다" 고 주장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쓰면 오히려 위험... 사람 죽이는 방독면?

소방방재청은 지난 8일 2002년 9월 이전에 생산된 국민방독면의 화재용 정화통이 불량품이라고 밝혔다.

국민 방독면 성능 검사를 위해 소방방재청은 조사위원회를 구성. 지난 2일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 검사한 결과 2002년 9월 이전에 생산된 국민방독면이 모두 3분 이내에 일산화탄소 농도가 350ppm을 초과하는 불량품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이번 성능검사에서 불량 방독면이 다량 확인됨에 따라 소방방재청은 지난 4일 '국민 방독면 성능검사결과 후속 조치 계획'을 수립하고 사태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지난 2004년에도 이와 관련된 불량 방독면 납품 비리 사건이 있었음에도 이에 대한 개선책 마련 없이 불량 방독면을 방치해온 것에 대해 관계자와 업체 간의 재조사 및 문책을 피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소방방재청의 한 관계자는 "조달청에서 구매해 조달 한 거다. 이는 조달청에서 이미 조달할 때 검사를 다 마친 제품" 이라며 "이에 대해서 소방방재청이 또다시 검사를 한다는 것은 조달청을 무시하는 것이 아닌가. 또한 조달청을 통해 들어오는 물품이 굉장히 많은데 이를 전부 일일이 다 믿지 못하고 검사를 할 수는 없다" 고 항변했다.

그러나 방독면이 국민들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이니 만큼 국민들의 비난 여론은 거세지고 있다. 서울 영등포에 사는 김 모씨는 "대구 지하철 화재 사건이후 집에 불이 날 것을 대비해 가족 수만큼 방독면을 구입했다. 그런데 그것이 불량이라니.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불량 제품을 유통시키고 있는 것인가"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에서도 "소방방재청이 국민방독면에 대한 수차례 불량 의혹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며 "불량 국민방독면에 국민혈세를 투입해 예산을 낭비한 것에 대해 감사를 청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처럼 불량 방독면이 유통되는 것은 공신력 있는 제 3의 검사 기관의 부재도 한 몫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방방재청의 한 관계자는 제 3의 공신력 있는 검사 기관이 없음을 지적했다. 이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2004년도 불량 방독면을 검사 했던 기관은 이를 제작한 삼공물산이었지만 이번에 밝혀진 불량 방독면은 소방방재청 조사에 의해 밝혀졌다는 것. 당시 불량 판정이 없던 제품들이 이번 조사에서 불량으로 밝혀졌다는 것.

이런 상황이다 보니 업체들도, 관리하는 관계자도 기준이 애매하다는 것이다. 이에 공신력 있는 공신력 있는 제 3의 검사 기관을 만듦으로서 사전에 검사방법을 통일 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조업체 삼공물산 '불량 방독면 아냐' 증거 자료 없어

소방방재청의 이러한 조사결과에 대해 국민방독면 제작 업체인 삼공물산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삼공물산의 한 관계자는 "(불량방독면은)전혀 사실이 아니다. 불량 방독면이 아니다 "라고 전했다.

그러나 '어떤 근거로 불량 방독면이 아니라고 주장 하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이 관계자는 "그건 말할 수 없다. 사실이 아니라는 것만 밝혀 두겠다. 정리가 끝나는 대로 발표를 하겠다" 고 밝히며 그 어떠한 근거도 제시하지 못했다.

삼공물산에서 불량 방독면이 붉어져 나온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 2004년에 이미 한번 불량 방독면 불법 유통으로 인해 삼공물산은 수사를 받은 적이 있었다.

2000년 말. 이 업체 대표 이 모씨는 조달청 담당 공무원 왕 모씨에게 국민 방독면 납품업체로 선정되게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800여만 원을 건네줬었다.

또한 2003년 10월엔 국정감사에서 한 국회의원이 국민 방독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움직임을 보이자 이를 막아달라는 형식으로 민주당 김 모 의원 보좌관 박 모씨에게 2000만원을 주기도 했었다.
검찰 수사 당시 불량 방독면 납품혐의 등으로 삼공물산 대표 이 씨와, 이 씨에게 금품을 받은 혐의로 민주당 김 의원의 보좌관 박 씨, 조달청 직원 왕 씨가 불구속 기소 됐었다.

이 씨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박 보좌관은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에 추징금 2천만원, 왕 씨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과 추징금 850만원을 각각 선고받았었다.

이재필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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