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유린 인가'. '60대에 60만원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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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건유린 인가'. '60대에 60만원 인생'
  • 이재필 기자
  • 승인 2006.05.1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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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선 지하철 용역 노인직원 '쓰레기 옆에서 휴식'
▲ 열악한 근로환경 속의 지하철 청소근로자들
지하철에서 근무하는 청소용역직원들이 최저임금과 열악한 작업환경 등 최악의 근로조건에서 근무를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매일 8시간씩 일해서 버는 이들의 월급은 한 달 68만원. 거기에 샤워시설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2평 남짓한 조그만 방에서 2~3명이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본지 취재결과 나타났다. 청소용역직원으로 일하는 이들의 대부분은 60이 넘은 노인들.

이들이 바라는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었다. 편히 쉴 수 있는 휴게실과 마실 물, 그리고 일 이 끝나면 씻을 수 있는 세면장 정도가 고작이었다. 남들이 봤을 때는 당연한 작업 환경이 이들에게는 꿈이었다.

경인선 동암역. 이곳에서 청소용역근로자로 있는 박 모씨의 휴식 장소는 역사 내 만남의 장소 벤치. 각 역사마다 이들에게 쉴 수 있는 휴게실을 제공 하고 있음에도 박 씨는 굳이 이곳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박 씨는 “(용역 휴게실은)냄새나고 좁고... 차라리 이곳에서 이렇게 쉬는 게 맘도 편하고 좋아”라고 전했다. 도대체 휴게실이 어떤 상태이기에 굳이 벤치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일까. 역 담당자의 도움으로 용역 휴게실을 들어가 볼 수 있었다.

창고 옆에 딸린 조그만 방에 용역 휴게실 푯말이 붙어 있다. 문을 열자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방의 크기도 한눈에 보기에 2~3평정도로 비좁았다. 한명이 누우면 다른 사람들은 누울 수 없을 정도였다, 이곳에서 근로자 2~3명이 쉬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였다.

휴게실 옆에 위치한 샤워장은 이곳이 청소도구 창고인지 샤워장인지 분간을 할 수 없었다. 벽에는 걸레들이 걸려 있었으며 각종 빗자루 마대걸레 등이 널려 있었다.

박 씨는 “청소하는 직업인데도 이곳에서 일 끝나고 샤워라는 것을 해본 적이 없어”라며 “자네 같으면 저런 곳에서 샤워를 할 수 있겠어?”라고 열악한 근무 환경을 한탄했다.

이어 “우리가 많은 것을 바라는 게 아냐 단지 겨울에는 조금 따뜻하게 여름에는 조금 시원하게 지낼 수 있는 장소와 먹을 물, 그리고 일 끝나고 할 수 있는 샤워시설 만을 원할 뿐이지”라고 전하며 일반인들에겐 당연한 것이 이들에게는 가질 수 없는 것임을 전했다.

박 씨와 같이 주안역에서 청소용역근로자로 근무하고 있는 김 모씨 역시 근로환경 얘기에 한숨부터 나온다.

김 씨의 휴식 장소는 지하철이 다니는 철로 옆 분리수거 창고다. 그는 창고 앞에 있는 의자를 가리키며 “이것도 내가 쉬려고 주워 온 거야”라며 “휴게실이 있어 근데 쉴 시간도 없을 정도로 바쁘니 일 하다 이곳에서 잠깐 쉬는 거지”라고 전했다.

이어 “정말 일이 많아 근데 월급은 한 달에 68만원으로 최저임금이야 이거 어디 살겠어. 거기에 무슨 일만 나면 해고야. 사람들에게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버려요’란 말도 못해”라며“내가 환갑만 됐어도 이런 일 안해”라고 용역업체들의 부당해고와 낮은 임금을 지적. 한숨을 쉬었다.

동인천역에서 청소용역을 하는 김 모씨는 한국철도와 용역업체 (주)SDK가 근무환경 개선에 관심이 없다고 전했다.

김 씨는 “식사를 제공하는 것도 아니고 우리가 해먹거나 도시락을 먹는데 어디서 먹겠어 휴게실에서 먹지”라며 “그런데도 이곳에는 환풍기 하나 없어 냄새가 빠지질 않아. 냄새는 문제가 그나마 나아 겨울에는 춥고 여름에는 덥고 그 어떤 장비하나 지원을 안 해 주고 있으니”라고 씁쓸해 했다.

이어 “우리가 아무리 부탁을 하고 요구를 해봤자 그들은 들어 주지도 않아 싫으면 나가라고 그런 “아무리 부당하고 싫어도 어쩔 수 없잖아 나갈 순 없으니까 그냥 지내는 거지 뭐”라며 이들을 관리하는 한국철도와 SDK가 이들의 의견을 묵살하고 있음을 알렸다.

실제로 민주노총 여성연맹이 4월 6일 실시한 경인선 용역대기실 실태조사 결과 경인선 20개 역 가운데 남녀 구분이 없는 대기실은 17곳에 이르렀으며 도화 역곡역 등 10곳은 수도시설 조차 갖추어져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환풍 시설이 없는 곳은 인천역 등 3곳이었다.

이에 용역대기실의 장소와 시설을 제공하는 한국철도와 경인선 용역직원들에게 비품을 제공하는 (주)SDK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청소용역근로자의 열악한 작업환경의 이유가 최저가낙찰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철도의 2004~2006년 경인선 20개 역의 청소용역업체 입찰에서 (주)SDK는 3년 동안 일하는 조건으로 86억 6900만원에 낙찰됐다. 이는 낙찰예정가인 128억 원의 67.6%의 수준이다.

여성연맹의 이찬배 위원장은 “한국철도는 최저가낙찰제로 약 41억 원을 절감할 수는 있었지만, 이로인해 용역업체로선 줄어든 수입에서 이윤을 남기려고 애를 쓰니 당연히 씀씀이가 적어지게 마련이다"라며 "이런 상황이다 보니 최저임금만 지급하면 끝이라는 태도가 나타나며. 노동자들은 최악의 근무 환경으로 인해 건강과 안전이 최악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라고 청소용역근로자들의 근로환경이 나아질 수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로 (주)SDK의 한 관계자는 “우리도 어쩔 수 없다. 인건비와 4대 보험, 청소도구 비용 등 이것저것 다 하면 인건비만으로도 빠듯하다”고 밝히며 최저가낙찰제로 인한 피해가 고스란히 근로자들에게 돌아감을 나타냈다.

한국철도 측 역시 이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러나 이와 함께 열악한 근로환경 여건을 개선시켜 나아갈 방침이라는 뜻도 같이 밝혔다.

한국철도의 한 관계자는 “최저가낙찰제에 대해서는 이미 정해진 일이고 지금 와서 뭐라고 말하기가 애매하다”고 전했다. 이어 “그러나 올해 초 이철 사장님이 근로자들의 근무 여건을 개선하자는 지시를 직접 하달했고 이에 따라 각 역마다 개선을 위해 노력을 하고 있는 중이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한국철도는 지난 5월 2일 ‘철도역사 청소원 근무환경 개선안을 133개 역에 하달했다. 이 개선안에는 청소원 대기실 개량을 비롯한 청소원 후생복지 개선, 분리수거장 환경개선 등 청소용역근로자를 위한 근로조건 개선이 포함돼있다.

이 관계자는 “청소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펼친 개선점 조사를 벌였고 그들이 시급하다고 느끼는 순서대로 개선을 시작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지금은 아직 시기상으로 개선사항이 미흡하지만 점차 작업이 이루어져 나가고 있다. 우리도 근로자들의 열악한 작업환경에 동감을 느끼는 바이다”라고 전했다.

청소용역근로자들이 바라는 바는 많은 것이 아니었다. 겨울에는 조금 따뜻하게 여름에는 조금 시원하게 쉴 수 있는 휴게실을 원하고 있었으며 편하게 마실 물과 환기를 시킬 수 있는 환풍기 정도가 그들이 바라는 것이었다. 일반인이 보기에는 아무 것도 아닌 이들의 바람은 도대체 언제쯤 이루어질 수 있을까. 이들은 지금도 휴게실이 아닌 역사 안 벤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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