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권위는 규제가 아니라 실력에서 나온다" 직원들 독려
[매일일보 이경민 기자]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인사·금리·수수료 등 금융사 내부경영에 대한 개입금지를 명문화한 것을 두고 감독기관의 오랜 관행을 내려놓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전했다. 임 위원장은 8일 프레스센터에서 금융위 전 직원을 대상으로 개최한 금융규제 운영규정 내부교육에서 ‘금융규제 운영규정’의 의의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금융권을 쥐락펴락했던 금융당국의 ‘보이지 않는 손’을 없애겠다는 의미다. 지난 4일 총리 훈령으로 시행된 이 규정은 규제의 신설·강화 절차, 규제합리화 기준, 비공식 행정지도의 원칙적 폐지, 금융사의 가격·수수료 등에 대한 금융당국의 개입 통제 같은 금융당국이 지켜야 할 원칙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임 위원장은 “이번 운영규정은 개별 부처가 규제운영의 내부 규범을 만든 첫 번째 사례”라며 “금융개혁을 통해 일궈낸 성과가 과거로 회귀하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총리훈령으로 규정함으로써 내부 구속력과 실천의지를 높였다고 덧붙였다. 임 위원장은 특히 그림자규제에 대해 “없애야 한다기보다는, 시장질서와 안정을 위해 불가피하게 필요하다면 투명하고 합리적 절차로 책임감 있게 해야 한다는 점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당국이 회의나 전화에서 자의적으로 남발한 행정지도(그림자규제)가 법규보다 우선하는 상황이 관치금융이란 오명을 낳았는데, 이를 없애는 게 금융개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고는 “개혁을 일회성으로 보는 금융사의 그간 인식은 신뢰 부족 때문이며 이는 금융산업 낙후의 가장 큰 이유”라며 “신뢰는 규제와 제재에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정책을 실천하고 핵심과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는 자세에서 생긴다”고 말했다. 이번 운영규정을 놓고 ‘규제를 없애면 일을 할 수 없다’거나 ‘당국의 권위가 사라져 시장질서를 잡지 못하게 된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에 대해서도 질책성 답변을 내놓았다. 그는 “운영규정은 일을 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일을 하되 명시적인 근거를 갖고 투명하고 합리적이며 책임 있게 하라는 것”이라며 “당국의 권위는 규제가 아니라 실력에서 나온다. 시장에 대한 이해, 금융행정, 거시적 안목 등 전반에 실력을 키워 시장의 인정을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금융)감독원이 따라주지 않는다고 탓하지도 말라”며 금융위가 금융규제 운영규정을 지키면 감독원도 함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 위원장은 금융회사에 대해선 “규제나 감독이 전면적으로 바뀌는 만큼 굳건한 내부통제와 자율책임 문화를 토대로 성과주의 확산 등 금융권의 역동성을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독려했다. 금융위는 이날 교육을 시작으로 옴부즈만 위촉, 금융유관기관에 대한 훈령 준수 권고, 금융권 홍보 등 후속조치를 해나갈 예정이다. 금융감독원도 이달에 규정 준수를 위한 직원 내부교육을 실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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