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교권 '설자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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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는 교권 '설자리가 없다'
  • 이재필 기자
  • 승인 2006.05.2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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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권이 끝을 모르고 떨어지고 있다. 지난 19일 인천시 연수구에 위치한 모 중학교 3학년 교실에서 학생이 담임선생님을 폭행하는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폭행을 가한 K(15)군은 종례 훈시 중이던 담임 여교사 S(23)씨가 종례를 빨리 끝내지 않는다고 폭력을 휘두른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시 교육청에 따르면 K군은 S교사에게 “종례를 빨리 끝내라”고 소리치며 교실을 나가려다 이를 저지하는 S교사를 밀어 넘어뜨린 뒤 발로 수차례 걷어찬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담임 폭행 사건에 앞서 지난해 6월에는 신규로 발령받은 미술교사가 중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수행평가를 실시하던 중 한 학생이 낮은 점수를 받을 것을 예상. 불만을 품고 작품을 부수며 교사에게 대드는 상황이 발생했었다.

이 학생은 당시 해당교사에게 “신규교사 주제에 시험문제를 어렵게 내? 어렵게 내면 짓밟아 버릴거야”라며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고 용납 할 수도 없는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었다.

이것으로 모자라 이 학생의 부모가 저지른 행태는 더 가관이었다. 학교 측이 해당 학생에게 징계를 내리려 하자 이 학부모는 강하게 반발하며 민원이나 인터넷에 올리겠다며 학교 측에 협박까지 한 것으로 밝혀졌었다.

극성 학부모의 교권 침해는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제주도의 모 중학교. 이곳에서 교직에 재직 중인 안 모 교사는 교사로서 씻을 수 없는 치욕을 맛봤다. 이 학교에 재학 중인 김 모양에게 비행을 이유로 팔뚝을 한 대 때리는 체벌을 가한 것이 화근이었다.

김 양의 이모 등 3명은 학교를 찾아가 안 교사의 머리채를 휘어잡으며 폭언과 반말을 쏟아냈다. 결국 경찰이 출동했고 김 양의 이모 등은 공무집행방해 및 폭행혐의로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교권 붕괴가 위와 같이 심각한 상황에 직면한 지금. 이러한 상황이 중고등학교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순진해야 할 초등학교 역시 심각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서울 성북구의 한 초등하교에서 담임교사를 맡고 있는 최 모씨. 최 씨는 요즘 학교 다닐 맛이 안 난다고 전하며 2년 전 있었던 어이없는 상황을 소개했다.

그녀는 “수학시험을 감독하고 있을 때였어요. 5학년인데 아직 구구단을 못 외우는 학생이 곱셈 답안을 틀리게 적고 있었죠”라며 “안타까운 마음에 ‘잘 생각해 봐 그게 맞는지’라고 말했어요”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그랬더니 옆에 있던 아이가 갑자기 반말로 ‘어. 이거 시험이야. 확 동영상으로 찍어서 인터넷에 올려 버리는 수가 있어’라고 말하는 거예요”라며 “요즘 교권의 상황이 이래요. 초등학생들조차 귀엽거나 순진하지 않아요”라고 비통해 했다.

교사가 학생들에게 존경 받던 시절은 과거에 불과하다. 일부에서는 ‘이미 교권이 땅에 떨어진지 오러라고 전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되어 버렸을까. 아니 왜 이 상황이 되도록 어떻게 손 한번 쓰지 못했을까.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교총)는 이 원인을 4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교총은 첫째로 언론사의 부풀리기식 보도를 붕괴의 첫 원인으로 지목했다. 교총 측의 설명에 따르면 언론이 일부 극소수 교사들의 파렴치한 행위를 교육관계자 전반의 모습인 마냥 확대 보도하는 바람에 교사들의 권위가 많이 실추됐다는 것. 이는 곧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불신으로 다가간다는 것이다.

교총의 윤종건 대표는 “일부 언론사의 부풀리기식 보도는 교육계 전반이 썩어 있는 모습으로 묘사 된다”며 “이는 곧 학생과 학부모가 교사와 학교를 믿지 못하는 상황이 되기에 이르렀다”고 언론사의 부풀리기 보도가 교권에 끼친 악영향을 설명했다.

또한 윤 대표는 “이러한 언론의 보도에 정부 역시 인기를 의식해 여론몰이식으로 교원평가제 같이 교권 추락에 기름을 붓는 제도를 내놓고 있으니 문제 아닌갚라며 언론사에 이어 정부의 인기에만 급급한 정책 남발을 교권 추락의 두 번째 이유로 꼽았다.

그러나 교총은 이러한 현 상황에 자신들 또한 책임이 있음을 시인했다. 세 번째로는 교사들의 도덕적, 윤리적 해이를 들은 것이 바로 그것이다. 윤대표는 “일부 교사들이 극단적으로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여주니 이를 바라보는 학부모나 학생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는갚라며 “교사들도 윤리와 도덕적으로 갈고 닦아 학생들은 물론 학부모들에게 존중받는 교사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라고 교사가 전문직이 되면서 일반 노동자들과 다름없는 인식을 갖고 있음을 지적했다.

교사뿐만 아니라 학부모들에게도 문제는 있다. 교총은 네 번째로 학부모들의 교사 무시경향을 들었다. 실제로 교총의 통계에 의하면 학부모에 의한 폭언 및 협박, 폭행 등의 부당한 행위로 인한 교권침해 사례가 큰 폭으로 증가하였다.

특히 학생지도 및 학교운영에 대한 학부모의 무리한 항의나 협박, 교사에 대한 부당한 요구 등의 사례가 많이 나타나는 점은 최근 학부모들이 얼마나 교사의 판단을 무시하고 자기 자녀만을 생각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윤 대표는 “부모들의 학력이 예전과 다르게 많이 높아졌다. 오히려 교사들 보다 학력이 높은 사람들도 많다”며 “이런 학부모들이 ‘교사가 뭘 알아’라는 식의 교사를 무시하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런 생각으로 인해 교사에게 부당한 요구와 이를 들어주지 않을시 협박과 항의를 일삼고 있다”며 학부모들의 빗나간 자식 사랑을 지적했다.

현 교육 상황이 과거에는 전혀 생각 할 수 없었던 방향으로 흘러가 버린 지금. 이를 되돌리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희생이 필요하다.

‘스승의 그림자는 밟지도 않는다’는 말이 있다. 현재 이 말은 학생들에게 도덕 문제지의 입에 발린 정답에 지나지 않는 문구가 되어 버렸다. 믿음과 사랑으로 이끌어 주고 따라가던 옛 스승의 모습은 이제 온대 간대 없다. 오직 입시만이 있을 뿐이고 교사는 학생들에게 지식을 제공하는 노동자로 전락한지 오래다.

스승은 또 다른 어버이라 했던가. 그러나 이제 스승은 제자에게 간섭조차 할 수 없고 문제지의 정답만을 가르쳐 주는 제 3자에 불과한 게 현실이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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