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은행들 경기둔화·저금리·저유가에 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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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은행들 경기둔화·저금리·저유가에 실적↓
  • 이수빈 기자
  • 승인 2016.02.25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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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이수빈 기자] 영국계 은행인 스탠다드차타드(SC)가 26년 만에 처음으로 연간 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전 세계 은행들의 실적 악화가 심상치 않다.경기 둔화와 유가 폭락, 각국 중앙은행들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 등으로 은행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은행 중 유난히 실적이 악화한 것으로 드러난 곳은 유럽계 은행들이다.유럽계 은행들은 앞선 도이체방크의 실적 악화와 코코본드 이자 미지급 가능성에 대한 우려 등이 촉발되며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25일 국제금융업계에 따르면 영국 스탠다드차타드(SC) 은행은 작년 전체 세전 손실액이 15억 달러에 달해 1989년 이후 26년 만에 처음으로 연간 순손실을 기록했다.SC은행은 “원자재 가격 하락과 인도 금융 시장 악화로 악성 대출이 87% 늘어난 40억 달러까지 증가했다”고 말했다.영국 최대은행인 HSBC도 작년 4분기에 13억3000만 달러 순손실을 기록했고, 이탈리아 최대은행인 유니크레디트는 작년 전체 순이익이 15% 하락한 17억 유로를 나타냈다.유럽 은행들은 재정위기 이후 부실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기가 부진해지자 재정 취약국을 중심으로 부진을 겪고 있다.특히 부실채권인 무수익여신(NPL) 비율이 높은 이탈리아 은행권에 대한 우려는 더욱 크다. 이탈리아 은행들의 총 NPL은 3300억 유로로, 전체 대출의 17.6% 정도로 추정된다. 특히 이탈리아 최대은행인 유니크레디트의 NPL도 15.4%로 상당히 높은 편이다.한국 은행권의 경우도 사정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지난주 한국 금융감독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은행의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2조5000억원 줄어든 3조5000억원에 그쳤다.저금리로 순이자마진이 감소한 데다 부실 대기업과 관련해 일부 은행들이 대손 비용을 처리하면서 4분기 순익이 적자로 돌아선 영향이 있다. 수익성 지표인 NIM은 2014년 대비 0.21%포인트 하락한 1.58%로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이 같이 은행들의 수익이 악화한 것은 전 세계 경기의 둔화 영향이 크다. 경기가 악화하면 기업들의 투자와 대출이 줄어들고 그나마 받아뒀던 대출도 부실화될 가능성이 크다.손은정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부실한 기업이 문제가 되면 은행이 돈을 빌려주는 입장이다 보니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다”며 “이 때문에 경기가 둔화하면 실적이 악화한다”고 말했다.은행들은 금융위기 이후 각국 중앙은행들의 저금리 정책으로 이미 만성적인 수익 부진에 시달려왔다. 특히, 2014년 유럽중앙은행(ECB)이 예치금리를 마이너스로 내리고, 올해 일본은행(BOJ)마저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도입하면서 은행들의 수익은 더욱 악화할 전망이다.김위대 국제금융센터 유럽팀장은 “당국의 마이너스 금리 채택으로 은행이 경제적 손실을 받고 있다”라며 “금리 인하로 인한 순이자마진이 줄면서 은행들의 영업이익이 줄어드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유가 하락도 은행들의 실적 악화에 한 몫하고 있다.유가 하락으로 석유 가스 관련 기업들이 부실화되면 이는 고스란히 은행들의 부실채권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지난주 S&P는 올해 들어 전 세계 석유 가스 기업의 디폴트(채무불이행) 건수가 19개로 늘어났다고 발표했다.작년에도 석유 가스 기업의 디폴트는 113건으로 금융위기 이후 최대를 기록한 바 있다.향후 은행권의 전망도 밝지 않다.손은정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마이너스 금리로 수익 기반 자체가 악화할 수 있으며, 이탈리아 은행들은 부실 채권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그는 “한국은 이자수익에 의존하는 비중이 높아서 금리가 더 떨어지면 수익성은 더 악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김위대 유럽팀장도 “유가 하락으로 유럽 은행들의 3월 결산에 원유 관련 부실이 반영되면 결산공고 시점에 상당한 충격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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