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일일보] 가습기 살균제에 들어가 수많은 인명을 숨지게 한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이 포함된 생활화학제품이 최근까지 유통된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부가 안전성 검사를 통해 PHMG가 들어있는 일부 생활화학제품을 판매 중단·회수 조치했음에도 이런 제품이 수개월 동안이나 시장에 유통됐다는 것이다. 가습기 살균제로 온 나라가 충격에 빠져 있는 가운데서도 유사한 일이 계속되고 있었다는 사실은 가히 충격적이다. 가습기 살균제에 함유됐던 PHMG는 폐 섬유화를 일으켜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는 인체에 유해한 성분이다. 또한 폐 이외에 다른 장기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완전한 연구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환경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장에 유통되는 생활화학제품의 안전기준 준수 여부를 조사했다고 한다. 그 결과 PHMG가 들어간 바이오피톤의 신발무균정 등 7개 제품을 적발해 올해 1월 각 업체에 판매 중단과 회수를 요구했다는 게 환경부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해당 업체들은 즉시 위반제품 판매를 중단했고 판매처에 납품된 재고분은 4월까지 대부분 회수해 폐기 처분했다는 것이다.그러나 PHMG가 포함된 신발탈취제를 판매한 생활화학제품 업체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최근까지 이 제품을 구입했다는 소비자 불만이 넘쳐나고 있다. 특히 환경부의 조치가 발표된 직후 환불 접수를 시작한 바이오피톤의 홈페이지에는 올해 이 제품을 구입해 사용했다는 소비자가 적지 않다. 이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은 환경부가 업체에 대해서만 판매 중단과 회수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인체에 유해성분이 들어있는 제품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국민에게 알렸더라면 이 같은 혼란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대량생산과 대량소비가 이루어지는 산업화 사회에서 화학제품 사용량이 증가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그렇지만 인체에 해롭다는 사실이 밝혀진 물질에 대해서는 정부가 나서 국민에게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정부가 유해 제품이라고 공식 발표하지 않을 경우 소비자는 유해성을 모르고 계속 쓸 확률이 높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그래야만 인명 손실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대표적 사례다. 그럼에도 여기서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정부를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 정부의 맹성(猛省)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