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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송영택 부장] 자영업자를 포함한 700만 소상공인들이 선의로 시행하려는 두 가지 때문에 힘들어 하고 있다. 1만원까지 최저임금을 인상하자는 것과 소위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의 시행이 그것이다.내년도 최저임금결정 법정시한을 넘긴 채 노동계와 경영계가 첨예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주유소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문식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은 “최저임금의 인상은 소상공인들의 경영악화를 가져오고 결국 저임금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박탈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김 위원은 대안으로 현행 획일화된 최저임금 결정방식은 사업주의 지불능력과 근로자의 노동강도 등에서 나타나는 업종별 다양한 차이를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미용업, PC방, 편의점, 주유소, 택시, 경비업 등 6개 업종에 한해 시범적으로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할 것을 주장했다. 하지만 최저임금위원들의 이해부족과 반대로 이 제안은 묵살 당했다. 노동시장은 하나의 동질적 시장이 아니라는 현실을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이는 집단주의를 내심 바라는 철학을 밑바탕에 깔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주류 경제학자나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제도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가파른 최저임금의 상승은 우리 경제에 커다란 해악을 끼칠 것이 분명하다고 진단한다. 하지만 여야 정치권은 4년 내에 최저임금을 9000원에서 1만원으로 인상하겠다는 공약경쟁을 벌였다. 이는 한계 상황에 내몰리고 있는 소상공인들을 더욱 어렵게 할 것이다.또 김영란법의 시행은 외식업과 농축수산물 생산 유통업자들을 어렵게 할 것으로 전망된다. 식사비 3만원, 선물비는 5만원, 경조사비는 10만원을 넘지 않도록 규정한 김영란법 시행령은 포장 택배 판매 등 제조과정 이후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어렵게 할 게 불을 보듯 뻔하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한우나 굴비의 경우 인터넷에서 여러 종류의 할인을 받아도 10만원 정도”라며 “선물 가격의 상한선을 5만원으로 제한하면 저가의 중국산 제품이 선물의 기준이 될 것”이라며 직접 손으로 생산하는 소상공인들이 선물은 팔릴 기회조차 없어지게 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그러면서 최 회장은 일반음식점, 화훼, 농축수산물유통 등은 김영란법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선물비와 경조사비는 20만원을 상한선으로 하는게 적정하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하는 것이 전 국민적 공감대를 얻는 방안이란게 최 회장의 주장이다. 실제로 선물을 주고 받는 입장에서 10만원 이상은 돼야 선물다운 선물이라고 생각하는 게 우리의 관습이라며 통념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고 설명했다.저임금 근로자들의 소득을 보장해주고 투명사회를 만들기 위한 대책으로 김영란법을 시행하자는 주장에 대해서 명분상 이걸 대놓고 반대할 수는 없다. 그러나 가파른 최저임금의 인상이 결국 저임금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빼앗게 되는 현상을 초래할 것이란 부작용에 대해서 이미 우리는 경험을 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만원 인상을 주장하는 노동계와 일부 시민단체는 과연 누구를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는지 다시한번 뒤돌아 봐야 할 것이다. 또한 김영란법이 누구를 위한 법인지 전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절차를 다시한번 밟기를 촉구한다.선의로 시행하려는 최저임금 인상과 김영란법 시행이 오히려 약자를 보호하고 껴안는 정책이 아니라 고통을 전가하는 것이라면 지금이라도 멈춰야 할 것이다. 법의 제정이나 경제정책의 수립은 그래서 중요하다. 현실 경제에서 생각지 못한 악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국민들의 실생활에 밀접하며 영향을 미치게 될 법 제정에 있어서 좀 더 신중한 자세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