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부산의 학교전담경찰관(SPO)들이 여고생과 성관계를 맺은 사건은 해당 경찰서장들이 묵인하고 사건 은폐를 사실상 주도했다고 경찰 특별조사단이 발표했다. 아연실색(啞然失色)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충격적이다. 김성식 연제경찰서장과 정진규 사하경찰서장은 각각 정모(31) 경장, 김모(33) 경장이 사표를 내기 전에 보고를 받고 주무 과장들과 논의해 사건을 덮기로 공모한 뒤 징계 없이 사표를 받아 처리했다. 당시 성관계에 위법성이 없다고 판단한 뒤 이를 윗선에 보고하거나 공개하면 사회적 파장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묵인, 은폐했다는 설명이다.
자신이 돌봐야 하는 여고생과 성관계를 맺었는데도 위법성이 없다고 판단했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총경은 경찰의 꽃이라고들 할만큼 선망의 대상이다. 총경이 되면 경찰서장을 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이 이 사안을 위법성이 없다고 판단했다니 귀를 의심할 지경이다.
더군다나 서장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관련 의혹이 제기되자 부산경찰청에 “비위 사실을 모른 채 의원면직 처리했다”고 허위 보고까지 한 사실도 드러났다. 오로지 부하가 저지른 사건이 자신에게 피해가 오지 않도록 하는데 만 전전긍긍했던 것 아닌가.
부산경찰청 감찰계장과 아동청소년계장도 사건이 알려지기 전에 이미 파악하고 있었음에도 문제를 삼지 않아 결과적으로 징계를 받지 않은 채 사표가 수리되도록 했다. 특히 아동청소년계장은 동료로부터 진상파악 권유를 받고도 아예 구체적인 사실조차 확인하지 않았다고 하니 자신의 업무를 제대로 숙지하고 있었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특조단은 강신명 경찰청장과 이상식 부산경찰청장 등 지휘부는 관련 보고를 받지 못하다 공론화 뒤에 보고를 받았다고 판단, 이 청장에게 부실한 관리 감독 책임을 물으며 송병일 부산청 2부장(경무관)을 포함한 16명과 함께 징계를 요구하기로 했다. 다만 강 청장에 대해서는 징계를 요구하지 않았다.
경찰이 특조단을 꾸린 것은 지난달 30일이었다. 사건 관련자들의 은폐 의혹이 갈수록 커지면서 국민 여론이 비등했기 때문이다. 특조단은 12일간 강도 높은 감찰과 수사를 벌여 이 같은 사실을 밝혀냈지만 국민들은 ‘셀프 감찰’을 어떻게 믿겠느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기야 경찰서장이 앞장서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한 경찰을 어느 나라 국민인들 믿겠는가. 이제는 경찰 스스로 자정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그것만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경찰의 맹성(猛省)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