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두순+김길태=김수철? 유사범죄 우려
[매일일보=이서현 기자] 극악무도한 아동성범죄자 조두순에 버금가는 제2의 ‘조두순’이 등장해 또 한번 충격을 주고 있다.
범행수법은 김길태의 사건과도 유사하다. 여아를 납치해 성폭행하고 국부와 항문 등에 심각한 상처를 입힌 것은 조두순을, 집으로 납치해 범행을 저지른 것은 김길태를 떠올리게 한다. 그는 미성년과 동거 중이었으며, 그 와중에 ‘임신설’까지 제기됐다. 20년전에는 남편 앞에서 아내를 성폭행하고 출소 후엔 미성년을 성추행하는 전력도 있었다. 검거되기 직전 자해를 시도한 그는 “내속엔 욕망의 괴물이 있다”는 당황스런 발언도 서슴치 않고 있다. 이에 <매일일보>은 제2의 ‘조두순’김수철 사건을 통해 끊이지 않는 아동 성범죄를 진단해봤다.8세 여아 납치, 성폭행하고 국부와 항문 등에 심각한 상처
조두순·김길태 합쳐놓은 냥, 미성년과 동거에 ‘임신설’까지
20년 전 남편 앞에서 아내 성폭행, 15세 남아 강제 추행도
조두순보다는 엄한 처벌 받을 것, 화학적·물리적 거세 논의
‘조두순·김길태’ 연구대상 삼아?
신고를 받고 수사에 나선 경찰은 학교 주위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화면과 A양이 진술한 범인의 인상착의 등을 토대로 탐문수사를 벌였다. 지난 7일 밤 일용직 노동자인 김을 용의자로 붙잡았다. 김은 20년 전 강도·강간 혐의로 기소돼 복역한 전과가 있었으며 사건 당일 학교 주변에서 서성거린 사실이 CCTV를 통해 확인됐다. 김은 경찰에서 “새벽에 영등포역에 나갔다 일감이 없어 집으로 돌아온 뒤 술을 마시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자백했다. 경찰은 지난 8일 김에 대해 미성년자 성폭행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김은 조두순과 김길태를 합쳐놓은 듯해 더욱 충격적이다. 오전 10시께 초등학교에서 A양을 흉기로 위협해 납치해서는 500여m 떨어진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무참히 성폭행한 김의 범행은 일단 조두순 사건과 매우 유사하다. 조두순은 2008년 12월11일 오전 8시20분께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의 한 교회 앞에서 등교하던 여자 어린이를 교회 화장실로 끌고 가 마구 폭행해 기절시키고서 성폭행해 피해자에게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김한테 당한 A양도 나이가 여덟 살이었다. 사건 당일은 휴교일이었지만 오전 10시에 시작하는 방과 후 학교를 등교하는 길에 피해를 봤으며, 성폭행으로 정신적, 신체적으로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다.김수철이 피해 어린이를 집으로 납치해 범행을 저지른 점에서는 지난 2월 부산에서 발생한 김길태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김길태는 13세 여중생을 납치해 주택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 골목길이 많은 재개발지역의 빈집으로 끌고 갔는데, 김수철도 학교에서 480m가량 떨어진 자신의 반지하방으로 피해 어린이를 납치해 범행을 저질렀다.일련의 사건들을 종합해볼 때 김이 조두순 길길태 사건을 연구대상으로 삼았던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는 유사범죄에 대한 우려가 있을 정도로 여러 면에서 비슷한 점이 많기 때문이다.일각에선 경찰이 이들 사건에서 나타난 범행 수법 등을 자세히 분석해 유사 범죄를 막는데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선처 받을 여지없는 게 당연?
그러나 김수철은 술에 취한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조두순이나 김길태와 비슷하다고는 해도 법정 선고형은 이들과 차이가 있을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성폭행한 여중생을 살해해 1심에서 사형이 구형된 김길태보다는 형량이 높지 않겠지만, 음주 신체 미약 등을 이유로 형량이 줄어 징역 12년을 선고받은 조두순보다는 엄한 처벌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일단 경찰이 김에게 적용한 죄는 강간치상과 미성년자 약취유인, 성매수,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절도 등 5가지다. 김의 행각 중 A양을 성폭행하고 이 과정에서 심한 상처를 입힌 것은 올해 4월15일부터 시행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8조 강간치상에 따라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한다.A양을 유인한 행위는 형법 287조에 규정된 미성년자 약취로 법정형이 10년 이하의 징역이다. 또 18세 여성과 동거하다 성매수 한 행위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검거 당시 흉기를 휘둘러 경찰관을 다치게 한 것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규정돼 있다.자꾸 그러면 거세해 버린다?
아울러 보다 강력한 아동 성범죄 재발 방지 제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경찰은 올해 2월 김길태 사건이 발생하자 3월부터 성범죄 전과자를 집중 관리해 왔다. 대상은 1만2000여명이나 됐지만 1990년 이후 성범죄자를 대상으로 해 1987년 성범죄를 저지른 김은 빠져 있었다. 당시 김은 부산의 한 가정집에 침입, 남편을 묶어놓은 앞에서 아내를 성폭행한 혐의로 15년간 복역한 성범죄자였지만 단순히 기간만을 기준으로 했기 때문에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경찰은 20년 전 범행을 저지른 장기 복역자도 관리 대상에 포함시키는 이중장치를 마련했지만 출소자 명단의 보관시한이 3년밖에 되지 않아 8년 전 출소한 김은 또 누락됐다.김은 출소한 지 4년만인 2006년 인터넷 채팅으로 만난 남학생(15)을 강제 추행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지만 피해자와 합의, 처벌받지 않아 또 한번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결국 김은 경찰의 성범죄 전과자 관리망을 빠져나갔다. 달리 말하면, 그만큼 현행 성범죄 전과자 관리가 허점투성이라는 지적이다.우리 사회의 가장 약자에 속하는 여아를 노린 인면수심의 범죄가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때문에 화학적 물리적 거세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지난 14일 보도자료를 통해 “우리나라도 소아성애적 성범죄자에 대해서는 거세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도 그럴 것이 김수철은 오전부터 술을 마신 채 성욕을 해소할 대상을 찾아 집 근처의 집을 배회하기 시작했다. 그는 20여년 전 부산의 한 가정집에 침입해 남편이 보는 앞에서 아내를 성폭행하는 만행을 저지른 인면수심이었지만 그를 제어할 수 있는 사회적 장치는 전무했다. 박 대변인은 “조두순, 김길태 사건이 난 지 석달도 되지 않아 또다시 아동 성폭력 범죄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까지 논의된 다양한 방법보다 좀 더 강력하고 직접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이 같은 말을 한 것이다.그에 따르면 현재 스위스와 덴마크, 스웨덴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이미 화학적 거세를 입법화했으며 독일은 물리적 거세도 인정하고 있다. 박 대변인은 “(화학적·물리적)거세를 통해 40%에 달하던 성폭력 범죄 재발율이 5% 미만으로 낮아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간 화학적 거세에 대한 필요성은 참혹한 아동 성폭행 사건이 터질 때마다 제기된 바 있지만 깊이 있는 논의가 진행된 적은 드물었다. 현실가능성과 실효성을 두고 논란이 빚어졌던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국회에서도 화학적 거세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비상대책회의 자리에서 “전자발찌와 아동성범죄자 신상공개 등 이미 실시하고 있는 제도를 확대 적용해 성범죄자를 철저하게 격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필요하다면 프랑스를 포함한 일부 선진국에서 추진하고 있는 성범죄자의 화학적 거세와 같은 강력한 제도 마련도 검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수철이 자신의 성욕을 주체하지 못한 점은 화학적 거세에 대한 논란을 더욱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한편, A양은 가족들과 함께 서울의 한 병원에서 피해자 조사를 받았다고 한다. 휠체어를 타고 입원실을 나선 A양은 지난 14일 오후 병원 원스톱지원센터에서 경찰과 가족, 전문가들을 동원한 자리에서 약 1시간에 걸쳐 조사를 받았던 것이다. 조사를 마친 A양은 이날 저녁 2차 수술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A양은 국부와 항문 등에 심각한 상처를 입어 5~6시간에 걸친 대수술을 받고 입원치료 중이었다. 의료진은 회복하기 어려운 심각한 후유증이 우려된다고 밝힌바 있어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