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김경탁 기자] 한국관광공사(사장 이참)의 모 간부직원(이하 A)이 자신의 딸 나이대인 모 인턴 여직원(이하 B)을 성희롱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충격을 주고 있다. 해외 출장을 빌미로 간단한 통역을 부탁한다며 B를 해외로 불러낸 후 비싼 숙박료를 핑계로 한 방에 투숙한 후 잠이 오지 않는다며 ‘팔베개를 하자’, ‘살만 맞대고 자자’고 수차례 요구하는가하면, 일정 중에 만난 사람들에게 B를 자신의 여자친구로 소개하는 등 일정내내 지속적으로 성적 수치심을 주었다는 것. 성희롱이 진행되는 과정에 B는 A의 요구나 농담에 대해 불쾌감과 거부의 뜻을 명확히 밝혔지만 A는 오히려 B를 비난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A는 특히 ‘살만 맞대고 자자’는 자신의 요구를 거부한 이튿날 B에게 “너 때문에 잠을 제대로 못 잤다. 그냥 팔베개만 하자는 건데 너무 과민반응”이라며 면박을 줬으며, “배려가 없고 독하다. 웃으면서 할 말 다하는 여자가 제일 무섭더라”고 공격했다고 한다. A는 또한 “원래 내 나이 정도 되면 집사람 말고 다른 사람들하고도 잔다”며, “내가 어제 뭔 짓을 하자고 한 것도 아니지 않느냐, 나는 상대방이 노(No)하면 절대 손 하나 안 건드리는 사람”이라고도 말했다고 한다. <매일일보>과의 23일 전화통화에서 A는 “보도된 내용은 왜곡되고 부풀려진 부분이 많다”고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B가 출장에 동행한 배경에 대해 묘한 발언을 하면서 마치 B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듯한 뉘앙스를 주려고 노력하는 태도를 보여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A는 우선 B와 함께 보낸 일정은 공식 출장이 아니라 공식일정이 끝난 후의 개인 관광을 시켜준 것으로 통역을 부탁할 이유도 없다고 주장했으며, 같은 방에 투숙한 이유는 공식일정 중 투숙했던 방에 그대로 묵었기 때문이라고 강변했다. A는 특히 B에게 ‘팔베개’를 요구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으며, 또한 현지인들에게 B를 ‘여자친구’로 소개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처음 만나는 사람들에게 회사 여직원이라고 길게 설명하기가 그래서 그냥 여자친구라고 농담조로 말했다”고 주장했다. ‘상대적 약자인 인턴직원이 직장상사에 대해 없는 이야기를 만들어서 언론에 제보하는 것이 상식적으로 가능한 이야기냐’는 기자의 질문에 A는 “저도 그것이 이해가 안된다”며, “30년 가까운 회사 생활이 무너지고 한 가정이 파괴될 처지에 있다”며 사정을 봐달라고 읍소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사안이 심각한 것으로 판단해 24일부터 정확한 진상을 파악하기 위한 조사를 시작할 것”이라며, 조사 결과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사건을 보도한 매체에 따르면 B씨는 A에 대해 법적인 고소를 취할 계획과 함께 회사 인사팀에 고발해 그의 직위를 해제시키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실태파악이 이뤄지고 조치가 이뤄지더라도 그 조치가 B씨가 원하는 수준일 가능성은 전혀 없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12월 발표된 자료집에 따르면 철도공사의 한 역장이 인사문제를 상담하는 여직원에게 “인사문제가 해결되면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날 수 있느냐”고 말하고, 해당 여직원의 발을 만지는가 하면 갑자기 팔짱을 끼는 등의 신체접촉이 동반된 성희롱을 한 사건에 대해서도 정직 1개월이 처해졌을 뿐이었다. 이에 반해 관광공사 건은 신체 접촉이 이뤄진 것도 아니다. 보도에 따르면 A의 동료 여직원들은 A가 평소에도 음담패설을 시도 때도 없이 하는 인물로 회사 내에 유명하다고 입을 모았다고 한다. 이에 대해 A는 <매일일보>과의 전화통화에서 일부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세대간 나이차이 때문에 생긴 오해 같다”고 주장했다. A는 ‘공기업이라면 평소에 성희롱 예방교육을 받지 않느냐’는 질문에 “받기는 받았지만 별로 관심 가는 내용이 아니어서 자세히 듣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현행 성희롱 예방교육에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을 더해주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