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닷컴=이재필 기자]민족 고유의 명절 한가위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징검다리 연휴로 휴가를 잘만 이용한다면 1주일이라는 장기간의 휴가를 얻을 수도 있다.
고향을 찾아 그리운 사람들과의 재회를 꿈꾸는 도시인들, 그들에게 추석은 설레이는 날임과 동시에 기다리는 시간 동안 힘이 나는 보약으로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여성들에게 얇아진 지갑과 넘치는 일거리로 중무장한 추석은 매년 돌아오는 악몽과도 같다.
서울에 사는 주부 김인민(47) 씨는 “명절 때만 되면 다른 건 몰라도 차례상 보기가 가장 힘이 들죠. 손도 많이 가고 돈도 많이 들고. 거르고 싶은 맘이야 굴뚝같지만 그럴 수 없잖아요”라고 말했다.
올 추석 차례비용 15만 8천 원
이처럼 경기가 나아질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는 가운데 한가위 차례상 준비는 여성들에게 큰 부담이다.
올해 추석 차례비용은 지난해보다 오른 15만 8천 원 선(4인 가족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일 농협 하나로클럽에 따르면 올 추석 차례상 비용은 작년보다 1.6% 오른 15만 8,390원으로, 올 설에 비해서는 2만 5천 원 가량 오를 것으로 파악됐다.
품목별로는 조기, 가자미 등 차례에 사용되는 생선들은 조업량 감소와 생육부진으로 작년보다 가격이 10~26% 오를 전망이고, 햇대추는 개화기 장마로 인한 수정불량으로 착과율이 크게 떨어져 15%가량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쇠고기 역시 한우 국거리와 한우산적은 17%, 다짐육은 27% 가량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다행스럽게도 사과, 배, 단감과 같은 과일은 작년에 비해 출하량이 증가해 가격이 내릴 것으로 보이고 있다.
재래시장은 가격, 인터넷은 편리함
넉넉한 인심을 자랑하는 재래시장 상인들, 그곳에서 차례음식을 구입한다면 20%가량 저렴한 가격에 장만할 수 있다.또한 전문가들은 우후죽순 생겨난 할인마트로 인해 재래시장의 경기가 많이 위축된 만큼 알뜰한 추석 준비와 함께 재래시장의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이곳을 찾을 것을 권하고 있다.
노량진 수산물 시장에서 생선 판매를 하고 있는 임춘희(여.63) 씨는 “요즘 사람들이 할인마트가 가장 저렴한 줄 알고 많이 찾는데 추석 음식 같은 명절 준비를 할 때는 재래시장이 확실히 싸죠”라며 “이번 추석 준비는 재래시장에서 하세요. 많이들 찾아오세요”라고 재래시장은 이미 넉넉한 인심을 선사할 준비가 되어있음을 전했다.
재래시장이 저렴함을 내세웠다면 인터넷 쇼핑몰은 기능성을 내세우고 있다. 인터넷 쇼핑몰 을 잘만 이용하면 싼 가격에 몸 편히 차례음식을 준비할 수 있다.
옥션에서는 차례음식에 필요한 고기 세트를 2만 6천 9백원(산적거리 600g, 다진고기 600g, 탕국거리 600g, 찜용 돼지갈비 1kg)에 내놓았다. 또한 차례상에 올라가는 삼색전, 동태전, 새송이 버섯전 등 부침류와 고사리 참나물 등 나물류도 판매하고 있는데, 특히 각종 나물을 아이스박스에 포장 · 배송해주는 ‘나물반찬 모듬세트’의 경우 2만 9천 원 선에 판매되고 있다.
G마켓 역시 얇아진 서민들의 차례상 잡기에 나섰다. 표준다례상, 성묘상차림 등 7~22만원 대의 차례상 맞춤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반찬천국 차례상(17만원)’은 과실, 나물, 전, 구이 ,탕, 황태포 등이 추가되며, ‘안동 차례상(18~22만원)은 차례상에 올라가는 물품 수량과 무게에 따라 중 · 대형 상차림을 선택할 수 있다.
인터파크도 멥쌀 90%로 손수 만든 ‘수라당 손송편(5kg, 5만원)’, ‘한과세트(3~20만원)’등을 선보이며 주부들 잡기에 열을 더하고 있다.
한편 적은 돈으로 차례상을 준비하기 위해 주부들의 손, 발이 바빠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부유층을 대상으로 한 명품 차례상도 선을 보였다.
임피리얼팰리스호텔에서는 알뜰형(55만원)과 일반형(65만원), 이 두 가지 추석 차례상을 판매한다. 이 차례상은 향과 양초까지 들어 있는 풀세트로 구성돼 있으며 호텔에서 사용하는 고급 식재료는 물론이고 30가지의 차례음식과 과일, 떡 등을 한식 전문 요리사가 직접 준비, 포장 배달한다.
얼마 남지 않은 추석. 어려운 가계부를 쥐어짜 차례음식준비에 힘을 쏟을 주부들. 중학생을 대상으로 ‘명절준비 역할 분담’이라는 주제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60%가 넘는 응답자가 ‘아빠는 쉬고 엄마는 일한다’라는 의견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