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닷컴=이재필 기자]남녀 간의 삼각관계가 죽음에 까지 이르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드라마나 영화의 단골 레퍼토리로나 등장할 법한 사건이어서 사회적으로 문제를 던져주고 있다.
지난 8월 31일 강릉의 한 대학 캠퍼스 안에서 흉기에 찔린 20대 남자의 시신이 발견됐다. 피해자는 이 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이 모씨였다.
이 씨는 지난 26일 이후 행적이 묘연한 상태였다. 집은 물론이고 학교에서도 그의 모습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런 그가 시신이 되어 돌아온 것이다.
내 여자 그 누구에게도 줄 수 없어
이 씨가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지 하루가 지난 9월 1일, 살인용의자로 검거된 사람은 이 씨의 동아리 후배 김 모씨였다.
김 씨는 경찰 조사과정에서 “이 씨가 여자친구에 대해 모욕적인 발언을 해 화가나 살인을 저질렀다. 절대 계획적인 것은 아니었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피해자 이 씨와 피의자 김 씨, 두 명 모두 같은 동아리 선후배 사이였다. 특히 각별히 친했었다고 알려졌던 이 둘의 사이는 삼각관계에 얽히면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역시 같은 동아리 후배였던 여자친구를 사귀고 있던 김 씨는 방학동안 자신이 소홀한 틈을 타 선배이자 피해자인 이 씨와 여자친구가 만나는 걸 알게 됐다.
여자친구를 빼앗아간 이 씨에 대해 악감정이 남아 있던 김 씨는 이후 여러 차례 피해자를 불러 ‘여자 친구를 만나지 말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이 씨는 그를 거부했다. 당연히 이 둘의 사이는 걷잡을 수 없는 상태로 흘러갔다.
동아리 관계자에 의하면 “이 씨가 ‘자기도 좋아하게 되니까 참기 힘들었다. 그래서 미안하다’라고 여러 번 얘기했다. 두 남자가 이 문제로 많이 싸웠다“라며 ”피의자인 김 씨가 친구들에게 ‘정말 선배가 싫다’라는 뜻을 자주 내비췄다. 그래서 맨 처음 살인 사건 이야기를 들었을 때 맨 처음 김 씨를 의심했었다“라고 말했다.
김 씨는 경찰 조사에서 이 씨에 대해 나쁜 감정을 갖고 있었던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계획적인 살인이 아닌 우발적인 살인이었음을 거듭 강조했다.
김 씨는 “나에게 (피해자가)욕을 했다. ‘다시 한 번 말해봐’했더니 ‘찌를 용기가 있으면 찔러보라며’날 자극했다. 처음엔 겁만 주려고 했는데 목을 찔러버렸다”라고 우발범죄였음을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석연치 않다는 것이 주변 사람들의 주장이다. 흉기를 가지고 있었다는 점과 사건 발생 후 태연히 생활 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 하고 있다.
김 씨의 한 선배는 “밤 12시 반에 사람 만나는데 휴대폰이 아닌 공중전화로 전화를 했다는 것이 이상하지 않느냐”라며 “우발적이라면 그런 번거로움을 행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라고 전했다.
또 다른 한 선배는 “개강 후 학교도 잘 나가고 친구들과 무리 없이 지냈다. 살인사건이 나고 현장조사가 이루어질 때 친구들에게 태연히 ‘살인사건 난 사실 아냐’라고 문자까지 보냈다”라며 경악스러워 했다.
목숨 건 삼각관계 불행의 시작
남녀 간의 삼각관계가 부른 끔찍한 살인 사건. 이들의 끝은 비극이었으며 탈출구도 없었다. 이와 비슷한 사건은 부산에서도 일어났다.
지난 1일 새벽 2시 경, 박 모씨가 칼에 찔려 병원으로 긴급 후송됐다. 그를 찌른 사람은 박 씨와 같은 여성을 사랑하고 있던 강 모씨.
한 경찰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말하는 삼각관계, 즉 여자 한명을 사이에 두고 남자 둘이 서로 차지하기 위해 주먹다짐을 벌이다 발생한 사건”이라고 전했다.
이들을 최악의 상황으로 이끈 사연은 이러했다. 피해자 박 씨와 4년을 사귀던 정 모 여인이 피의자 강 씨를 만나면서 박 씨와 헤어지려했다. 여기서 박 씨가 정 씨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사건의 발단이 됐다.
강 씨는 “박 (피해자)씨가 너무 끈질기게 자꾸 물고 늘어져 마지못해 정 씨가 만나줬다. 박 씨가 집 앞에서 기다리면, 동네 사람들 때문에 몇 번 만나줬었다”라며 “그러다 보니까 나도 만나고 박 씨도 만나고 이런 식으로 돼 버린 거다”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박 씨가 안 만나주면 ‘식구들 다 죽여 버린다’라고 협박했었다. 그런 식으로 나오는데 여자가 안 만나고 버틸 수 있었겠는가”라고 전했다.
이런 식으로 3각 관계가 유지된 지 8달, 이 둘은 어정쩡한 관계의 끝을 보기 위해 만났다. 6시간이 넘게 장소를 옮겨 다니며 서로 다투던 그들. 결국 그 누구 하나 포기하지 못하고 칼부림이 벌어지고 말았다.
피의자 강 모씨는 “당시 박 씨가 여자를 만나지 말 것, 전화도 하지 말고 받지도 말 것을 강요해 순간 정신을 잃고 우발적으로 저질렀다”며 “지금 생각하면 그런 일을 했다는 것이 죄스럽고 후회스럽다”라며 고개를 떨어뜨렸다.
어느 한 쪽도 양보할 수 없는 삼각관계. 그들의 양보 없는 사랑은 결국 살인 혹은 상해라는 큰 범죄로 이어지고 있다.
사랑한다는 이유로 폭력을 정당화 시키는 이들. 정녕 사랑한다면 보낼 줄도 알아야 함을 되새겨 보게 된다.